떡갈나무 바라보기 - 동물들의 눈으로 본 세상 사계절 1318 교양문고 6
주디스 콜. 허버트 콜 지음, 후박나무 옮김, 최재천 감수 / 사계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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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가끔 아주 보석같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책들은 보통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나 자신을 뛰어넘게 해 주며 삶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켜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류에 속하는 책이다. 

인간은 이 세상을 인간의 시각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움직이고 공간은 3차원으로 인식되는 것을 당연한 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확대하면 이 세계는 단 하나의 시간과 공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에 따라 수많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개개의 동물들이 경험하는 환경을 나타내기 위해 특별히 움벨트란 단어를 사용한다.

움벨트란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경험이 아니라 개개의 동물들이 경험하는 특별한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동일한 환경속에 살고 있지만 모든 생명체에 있어 동시에 경험되는 세계는 없으며 각자 경험하는 서로 다른 움벨트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다름없이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세계만 인식하는 인간의 움벨트속에 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소금쟁이가 활동하는 세계는 거의 완전히 이차원적이다. 소금쟁이는 위나 아래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짚신벌레는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앞과 뒤라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조류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반응한다.

이들이 경험하는 공간은 인간이 경험하는 공간과 매우 다르다.

진드기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적당한 동물위로 떨어질 때까지 대부분의 삶을 최면상태로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로스토크의 동물연구소에는 18년간 기다리고 있는 진드기가 아직도 살고 있다.

진드기에게 있어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인간의 입장에서 아무리 길어도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인간이 잠들어 있는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듯 진드기는 알맞은 동물위에 떨어지고 난 후에야 시간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달팽이는 1초에 4번이상 움직이는 속도에 대해서는 정지한 것과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진드기나 달팽이가 경험하는 시간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고 삶의 양식이 존재하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삶속에서도 서로 다른 움벨트 속에 살고 있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을 못보는 사람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 혹은 색맹인 사람이 경험하는 세계는 분명 서로 다를 터이다.

동물들이 경험하는 세계가 서로 다르고 이 세상에 수없이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있을 수 있음을 안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인간은 개처럼 냄새를 잘 맡을 수도 없고 독수리처럼 멀리 볼 수도 없고 박쥐처럼 들을 수도 없고 거북이처럼 오래 살 수도 없는 것을.  인간은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속에 살면 그만 아닐까?

그럴까?  저자는 우리보고 눈을 감고 막대기 두개를 더듬이 삼아 개미처럼 길을 찾아가는 것을 경험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 수많은 동물들의 움벨트가 조화롭게 섞여 살고 있는 떡갈나무를 바라보라고도 한다.

모든 동물은 상대의 움벨트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움벨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오로지 인간만이 다른 생명체들의 움벨트를 침범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인간이 동물들의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고속철이 산 속을 지나갈 때 내는 소음과 진동이 땅 속에 사는 동물들, 땅 위에 사는 동물들, 혹은 좀 더 큰 생물들, 새나 벌레들이 어떻게 느낄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오늘날 천성산 터널과 같은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세계는 인간들만이 살아가는 세계가 아니라 수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임을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세계임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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