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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ㅣ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조금 생각하며 읽어야 할 책을 앞에 두고 잠시 숨을 고르려고 집어 들었다.
세계적인 추리문학상인 앤소니 상 및 배리 상 수상, 아마존 닷 컴의 베스트 셀러.
이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들만을 수용한 병원이 있는 한 외딴섬. 어느 날 환자 한 명이 사라진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두 명의 보안관이 섬으로 파견된다.
환자들과 병원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주인공은 이 병원에 뭔가 감춰진 비리와 비밀이 숨어있다는 확신을 같게 된다.
사실 주인공은 이 병원에서 정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 실험과 불법 시술이 벌어지고 있다는 단서를 잡고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일부러 섬으로 왔던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에 섬은 혼란에 빠지고 주인공은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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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까지 이야기가 책의 거의 절반이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평범하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구성은 할리우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당연이 뭔가 반전이 있을 듯하다.
이쯤에서 슬슬 반전이 시작되지 않으면 이 책이 다른 수많은 스릴러 소설들과 특별이 다른 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니 반전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게 되고 예상되는 반전은 너무 뻔하다.
이 책은 그게 문제다.
이미 식스센스나 유즈얼 서스펜스, 뷰티플 마인드,디 아더스등과 같은 영화에서 극적인 반전을 여러 번 경험해 본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 책의 반전을 예상할 수 있다.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의 나머지 절반은 내가 예상한 반전을 확인하는 것이 되 버렸다.
정신병을 소재로 하는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병명이 다중인격장애와 정신분열이다.
이러한 병들은 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이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그들을 통해 바로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러나 스스로 대면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상처와 두려움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준다.
때론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차이에 대해서 때론 너무 빈약한 토대위에 서 있는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 철학적인 고민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 책 또한 과거에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갈가리 찢어진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공포와 두려움의 실체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바닥까지 닿지 않은 느낌이다.
책이 재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다. 같은 얘기도 풀어나가는 사람의 재담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는 법이니까.
다만 독자들이 점점 더 똑똑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래도 스릴러 소설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나 보다.
누군가 이런 소설은 일단 재미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성공이다. 재미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