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모시는 가족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환자를 돌보는 일 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나 아버지가 예전에  자신들이 알던 분들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들이 평생 보아오던 부모의 모습이 사라진 전혀 낯선 부모의 모습을 대면한다는 사실은 당혹스럽고 고통스런 경험일 것이다.

인간의 뇌가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거나 특정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인간은 심각한 장애에 부딪친다.  그런 장애는 때때로 그 사람의 개성과 특성을 파괴하기도 하고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뇌가 한 사람의 본질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자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의 개성, 나의 생각과 느낌, 자유의지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직은 운이 좋아 나의 뇌는 별 이상 없이 기능하고 있어 나는 지금의 나일수가 있으나 어느 날 나의 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없을 때도 나는 계속해서 나일 수 있을까?

 브레인 스토리를 읽으면서 나는 이러한 상념에 잠겼었다.

브레인 스토리 - 인간의 본질이자 정수인 뇌 이야기.

인간의 뇌는 참으로 신비롭고 비밀에 휩싸인 마법의 세계같은 곳이다.  놀라운 과학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뇌의 기능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저자는 뇌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이 인간 두뇌를 탐구해온 여정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일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밝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뇌는  개인에게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광대하고 심원한 내면세계를 부여하는 실체이자 우리 자신 하나하나를 독특하게 구별되는 개인으로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는 신비에 쌓인 뇌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헤치며 뇌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뇌의  특정 부위를 특정 기능에 한정하는 것이 매우 단순한 생각임을 지적한다.  감정이라 하는 것도 여러 뇌 영역의 활동이 조율된 가운데 산출되는 전체적인 뇌의 상태인 것이다. 

인간의 뇌는 하나의 강력한 컴퓨터가 아닌,  뇌의 전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복잡하고 유연한 네트워크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뇌의 활동은 몸 전체의 통합적 활동에 의존한다.  기계적이고 환원론적인 사고방식이 뇌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뇌를 전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처럼 감정이나 의식을 지닌 로봇의 출현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래의 인간은 지금보다 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인간의 뇌가 그 신비에 싸인 비밀을 쉽게 내 보일 것 같지는 않다.  갈 길은 아직 멀고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적다.

단순한 뇌 기능의 설명을 넘어서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쉽게 쓰여졌다는 것은 더 큰 장점이다.  게다가 저자의 시각이 매우 균형적이다.  균형적인 시각은 모든 과학자가 가지고 있는 덕목은 아니다.  

풍부한 임상사례와 훌륭한 화보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쉽게 만나기 힘든 좋은 과학서다.

솔직히 내 개인적인 입장에선 인간의 본질이 뇌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뇌는 그것이 아무리 복잡하고 뛰어난 유연성과 유기적인 체계를 이루고 있다 하더라도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뇌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감정, 의식 등은 뇌의 기능적인 설명으론  설명되지 않는 다른 차원의 내용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이건 참 설명하기 힘들다.

치매에 걸려서 개성을 잃어버려도  육체만 살아있는 식물인간 상태가 돼도 정신병에 걸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나의 착각일까?

영혼이라 부를 수도 있고 신성이라 부를 수도 있고 진정한 자아라고 부를 수도 있는 또 하나의 자아가 내 몸과 나의 뇌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그 부분부터는 아마도 종교의 영역일 것이다.  그리고 종교의 영역은 과학적 접근방법으론 넘어갈 수 없는 강과 같다.  통찰과 깨달음과 직관이 중요한 덕목이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나의 고민은 과학과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영역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 후에나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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