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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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통해 인간의 의식은 끊임없이 발전해 오고 변화되어 왔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자리에서 밀려나고, 인간의 숨겨진 무의식의 세계가 밝혀지고, 우주가 일정한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명하던 고전역학이 현대의 새로운 양자역학에 자리를 내주게 되고, 그 밖에 새로운 사실과 진리들이 밝혀질 때마다 인간의 의식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틀을 버리고 변화된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식의 틀을 만들어 왔다.

그렇게 변화된 인간의 의식은 인간에게 새로운 정신적 경험의 공간을 열어주고 인간의 인식영역을 계속 확장시켜 주어 왔다.

지금까지 인간은 그렇게 인식이 확장되는 순간을 끊임없이 거쳐 왔으며 그러한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인간의 의식은 어디까지 변화되고 그에 따른 인간의 인식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단서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우주체험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의 내면에 일어난 심리적 정신적 변화와 그에 따른 의식의 변화를 추적하여 기록한 책이다.

많은 우주비행들이 우주체험을 통해 인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건 자신의 존재조건을 초월하여 눈앞에서 지구를 하나의 전체로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식으로, 보통 넓은 시야에서 한 눈에 무언가를 통찰한 사람들이 갖는 인식과 아주 흡사하다.

모든 우주비행사들이 다 그런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고 내적인 변화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점은 상당히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체험 후 모든 종교와 종파와 인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을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고백하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그런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자신의 내면에서 성장해 온 의식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던 사람이 어느 날 우주 체험이란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일시에 생각이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추구하고 있던 어떤 가치들이나 고민들이 우주체험이란 특이하고도 초월적인 경험을 통해 인식의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평소에 인간의 내면이나 정신적인 영역에 관심이 없던 우주비행사라면 같은 우주체험을 하고도 특별한 변화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저자가 만난 우주비행사들 가운데 전혀 내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말한 사람은 두 명이 있다.  물론 어쩌면 그들 역시 어떤 변화를 겪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이를 인정하자.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우주비행사들은 의식의 변화를 겪었으며 신기하게도 그 변화된 시각이 거의 동일하다. 

 그들이 갖게 된 생각의 변화를 통해 미래의 인간이 갖게 될 의식의 변화와 인식영역을 가늠해 볼 수는 없을까?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도래하여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게 된다면 분명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신적인 영역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정신적인 영역은 인간의 의식을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위에 갈라져 있는 나라와 나라사이의 국경이나 인종의 장벽 편협한 종교의 벽 따위는 덧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고 대신 우주 속에서 유일하고도 홀로 빛나는 지구라는 존재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감사와 경외의 마음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우주체험을 한 우주비행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듯 말이다.

먼 미래의 우주시대에 사람들의 의식이 그렇게 변화되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

그러나 반대로 인간의 편협함과 탐욕과 어리석음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까지 확대되어 지금과 별다를 것이 없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그리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

다만 어떤 특별하고도 초월적인 경험은 인간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음을, 그리하여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우주로의 진출이 인간에게 그러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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