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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평점 :
「우리가 스쳐 지나온, 그러나 언제 사라질지 모를 자연의 이름을 기록하고 기억하다.」
내가 오늘 눈에 새기는 동식물이 미래에도 존재할까? 최원형 작가님이 그려내는 그림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튀어나온다.
익숙한 주변 사람의 소중함은 사라져야 가치를 뼈저리게 느낀다. 코로나 사태도 그렇다. 다시 불러들이기 힘든 그 상황이 그리워지면서 과거의 감사였음을 지나고 나니 깨닫는다.
오늘날 회복하기 힘든 감사를 묵상하며, 멀어진 사람 간 거리가 쓸쓸하고 우울하게 다가왔을 때, 왠지 모르게 봄꽃을 보고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자연은 아직 화사하구나'라는 생각이 우울한 일상에 조금 밝게 다가왔다.
최근 보았던 드라마 택배기사가 떠올랐다.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 살수 없는 미래 한반도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 담긴 회색빛 환경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멜랑꼴리와 칙칙함이 일상인 세계관, 금방 다가올지도 모르는 지구의 미래이다. 햇빛을 쐬지 못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 별로였다.
오늘을 살다 보면, 힘들 때 자연이 주는 치유가 크다. 울적하고 잠이 안 올 때는 낮에 햇빛을 가득 받아 감정적 에너지를 충전한다. 숲에서 산림욕으로 상쾌한 공기를 들이켜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에게 치여 도시를 벗어나 지켜보는 자연경관은 마음에 고요한 평화를 준다.
정말 출근하기 싫은 평일 아침, 어머니가 만들어놓은 콩물로 하루를 시작하며 버틴다. 자연이 주는 식단으로 나 자신을 달래고 집을 나선다. 먹거리가 주는 풍요로움, 오늘날 가능한 일상이지만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기후 위기로 생물 다양성도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기호식품 원료가 미래에는 멸종될 수도 있을 거다. 먹거리도 줄어들지만 하루의 식단을 다양하게 선택할 권리도 위협받고 있다.
소소한 행복이 위협받기 시작하고, 주범은 인간이라는 씁쓸함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236-237P
인간이 추구하는 발전은 대체로 자연에 무지한 채로 이루어졌다. 오늘날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지구를 쓰레기통으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가치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행동한다. 나 역시 그렇고.
「나의 사계절 기억일지」
자연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림으로 적어내려가는 저자의 세심한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자연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집안에 존재하는 화분 속 작은 생명체부터 퇴근길 마주하는 화사함까지는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