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익은 얼굴의 MBC '임현주 아나운서', 그녀가 써내려간 에세이는 일터와 인간관계 등에 대하여 진솔함이 가득하다.

그녀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일터와 사람관계의 고민'은 나와 공통분모기에 그녀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직장 동료에 관해 마음을 털어놓을 땐 최대한 회사 밖의, 관계가 겹치지 않는 안전지대에서 하는 것이 좋다. 직장 내에서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좁고 좁은 조직에서 얽히고설키는 인간관계는 수십 번 변한다. 절대 극복하기 힘든 갈등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하고, 절친했던 사이가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냉담한 관계로 변하기도 하니까. 나 또한 적에서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기도 하는 것을 경험했다.

135P

왠지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건 그만큼 관계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이었기에 내뱉을 수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친구 한명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직장 내에서 힘들 때마다 자주 전화오는 친구인데..., 그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다보면 항상 느끼게 된다. '참 직장 내 문제들에 있어서 타협점을 찾고 해결하려고 적극적이구나'라고

그 친구의 모습과 임현주 아나운서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 책에 대한 마음이 깊어진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일터에서 특히 사람관계에 대한 고민은 앞서 말했듯 나와 공통분모이기에 불러오는 공감대와 그에 대한 작가님의 해석이 좋았다.

마냥 위로를 건내는 것을 넘어서 '그래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필요하다'라고 동기부여 할 만한 '으샤으샤용' 문구들이 말이다.

관계에서 어찌 아부라는 속성이 빠질까 싶다.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가도 자꾸 생각나는게 사람 마음이니까.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부가 적성에 안 맞는다며 상대에게 잘 보이길 포기하거나 괜한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겠다며 칭찬을 건네는 데 외려 인색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되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나도 이전엔 칭찬의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 소극적인 편이었다.'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생각했었다. 동료가 이룬 멋진 일이나 성과에 대해 왠지 쑥스러워서, 혹은 아부로 비추어질까 봐 말로 전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만 감탄하고 격려하곤 했었다. 그런데 표현하지 않으면 누가 그 마음을 알까. 오히려 내가 전혀 관심이 없고 무심하다고 오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표현에 인색하던 나는 어느 날 생각을 바꾸면서 표현을 잘하는 동료들을 떠올려봤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스타일처럼 사소한 변화를 알아채고 표현해주는 동료에게 나 또한 더 마음이 갔고, 근심이 있을 때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봐줄 때 감동을 받았다. 지나가다가 '그 방송 참 좋았다'고 한마디 해줄 때는 덕분에 일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칭찬을 해주는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서 나도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87-89P

뭔가 활력있는 사회생활을 위해 어느정도의 '아부' 역시 필요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한 자신감없이 업무를 하는 나에게 그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감'과 '역량, 업무에 대한 열정' 이 것들은 함께 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내 스스로 '자신감'을 지키지 못하면 금방 회의감에 빠져 업무에 대한 열정이 무너지고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뉴스를 잘하려면 싸가지가 없는 것도 필요해"

표현이 다소 과격하게 보일 순 있지만 오랫동안 앵커를 했던 선배의 말에 동감했다. 선배가 그러했듯,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앵커를 떠올려보면 공통적으로 말과 눈빛에 자기 확신이 있었다. 일에서만큼은 누구나 자신들 무대 위의 앵커가 된다. 앵커에게 자기 강단이 필요하듯, 일터에서도 자신감이 필요하다. 많은 일들이 되게 하는데, 자신감이 8할이다. 다른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었다.

"무대 위에서 정답은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게 옳아."

154-155P


참 직장생활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에,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도 많은 데 그 부분에 대해서고 구체적으로 함께 고민해주는 듯한 이 책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슨 일을 하든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다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회피하고 포기해 버리거나 어떤 식으로 끌어안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끌어안을 방식을 찾아야 한다. 우선 무기력할 땐 잠시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속 부정적으로 감정이 부풀어 오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그럴수록 자신감과 용기는 줄어드니까. 감정에만 빠져 있지 말고, 그럼 이제 난 뭘 해야 할지, 지금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작게 움직여보는 것이 좋다.

따뜻한 두유라떼를 마시는 것, 책상을 정리하는 것, 산책하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것, 세차를 하는 것, 꽃시장에 가서 식물을 보는 것, 한가한 평일 낮에 전시회를 가는 것,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 한바탕 우는 것은 축 처지는 생각과 파고드는 감정을 끊어낼 때 쓰는 나만의 작은 방법들이다. 그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시 의지가 생기고 지금보다 홀가분한 내일이 찾아온다. 들쑥날쑥했던 오늘은 나만 아는 비밀이 된다.

194-195P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매일을헤매고해내고 #책리뷰 #에세이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