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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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바다쪽이라 여름에 놀러가기 좋을 것 같은 명소 '삼척', 휴전임을 까먹고 살아가는 나에게 그저 그렇게 느껴지지만 '삼척 간첩단 조작사건',이 책을 통해 접한 '삼척'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한민족의 아픔을 읽다보면 뭔가 '삼척'이라는 지역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삼척 간첩단 조작사건', 제목에서는 한 사건만을 가리키고 있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제부터 시작되는 광할한 근현대사 내용은 한민족이 좌익, 우익으로 서로를 가르면서 일어난 민족간의 혐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국가가 이념이라는 명분을 이용해 폭력적인 개입을 시작했을 때 한 가족집단이 받는 상처들이 정말 개개인의 상처를 넘어 '역사'라는 커다란 존재가 상처받는 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러 정황상 삼척 사건이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 연루된 것임은 분명했다. 사건 피해자들 역시 월북했던 진현식이 내려온 사실은 다들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파된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의 활동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들이 진현식을 숨겨주고 도와주었음은 분명하다. 죽은 줄 알았던 피붙이가 살아 돌아왔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을 묶어 간첩단을 만들고자 했다. 즉 전형적인 침소봉대형 수사과정이 진행되었다

63P

비인간적이다. 그리고 심지어 수사과정은 '마녀사냥'과 같이 진행된다. '답'을 정해놓고 그 과정을 조작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를 들어 1960년~1970년대에서의 계모임은 시골에서 일상적이고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간첩단의 포섭공장'으로 포장해 버린다.

어디 그뿐인가..

수사기법의 대표적 방법 중의 하나가 반복적인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다. 태어나 수사받는 순간까지 모든 삶을 반복적으로 쓰다 보면 기억의 한계상 어긋나거나 틀린 부분이 나타날 수 있다. 수사관들은 이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구성해가고자 한다.

다시 말해 반복적 진술기법은 자신의 삶조차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수사목적에 걸맞은 삶으로 재구성하는 효과를 낸다.

65P

역사 속에서 심각하게 일어난 '가스라이팅', 자신이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상태로 압박을 가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이를 보아 진현식을 둘러싼 집안 내부의 갈등이 상당했다고 보인다. 진원식은 진현식이 은거하고 있는 동안 그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중에서도 진현식에게 자수를 권한 사람도 있고 신고해야 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수사기록에는 간첩죄가 매우 중대한 범죄이며 집안 전체에 크나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일임을 관련자들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71P

경찰의 수사만큼 인상깊게 보았던 '집안내부에 대한 추측', 경찰의 보고내용을 살펴보면서 저자가 추측한 듯한 내용으로 그로 인한 갈등이 상당히 깊었다는 것..

그 당시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로 인한 상처가 사람들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아 아물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만큼 국가에서 엄중한 처벌과 감시를 들이밀었기도 했다.. 아무리 '혈연'이라지만 북에서 내려온 '진현식'의 존재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참.. 당시 역사의 그 시대상황이 사람들에게 주는 '압박감', 역사는 아팠고, 오늘날에도 남은 증인들은 아프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41322

추가적으로 살아남은 분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써내려간 그날의 비극 기사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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