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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었던 별을 따라 걸어가면
양송이타파스 지음 / 달꽃 / 2021년 7월
평점 :
산티아고 순례길',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삭막하면서 철학적이다. 예전에 이 길을 걷는 친구가 인스타에 올린 장문의 글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그 긴 여정을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신앙인부터 비 신앙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 길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도 하며 내 주변에 '디지털'로 가득한 세상에 '아날로그'적으로 고통을 수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알고 있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순례자들은 순례길을 통해 뭐를 얻고 싶은걸까?'라고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게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이야기 '어제 세었던 별을 따라 걸어가면'
왠지 이 제목을 묵상하다 보면 읽으면서 기억나는 몇가지 구절들이 있다..
"내가 걷는 길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길이다. 어제도, 지난달에도, 지난해, 10년 전, 100년 전, 한참 더 과거에도 사람들이 걸었던 길이다. 그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걸었을까. 오늘의 내가 걷는 길은 내일의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이 된다. 순례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있는 길이다
45P"
"누군가의 신발이 놓인 표지석을 지나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GPS 상으로는 오른쪽 길이 맞는 길이었다. 하지만 화살표가 따로 없어서 자칫하면 다른 순례자들도 길을 헤맬 수 있을 것 같아 바닥에 화살표를 그려놓았다. 지금껏 내가 도움받았던 수많은 화살표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금방 사라질 흙 위에 임시로 그린 화살표일 뿐인데도 내심 뿌듯했다. 나도 정말 순레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54P"
'순례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시간에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서로 직접적인 만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 어떤 것을 공유한다.
"오늘의 식사는 어제의 순례자가 기부한 음식과 돈으로 만든 식사였고, 오늘의 순례자는 내일의 순례자를 위해 기부를 하고 떠나는 것이 이곳의 전통이었다. 나 역시 어제의 순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일의 순례자를 위한 기부를 했다.
90P"
'어제 세었던 별을 따라 걸어가면', 읽기 전에는 단순하게 '감상적인 제목이구나' 싶지만 읽고나면 이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산티아고 순례길'을 앞서 간 과거 사람이 현재와 미래 이 길을 나설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영향을 주는 그 길은 '연결의 유대감'을 깊게 만드는 듯 싶다.
서로가 다른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하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그 길을 방문할지는 전혀 모르지만 그 여행길에서 '인생의 의미'든 '어떤 힐링'이든 삶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행운을 기원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또다른 매력... 참 다양한 낯선사람들과 교류한다는 것. 서로 그 길을 가는 이유 등 다양한 것에 대해 나누며 '대화'를 통해 더욱 성숙한 생각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어제 Wok. 뷔페를 같이 간 한국인 중에 목사님이 계셨는데, 어쩌다 보니 아침에 약 2시간 가량을 같이 걷게 되었다. 산티아고에 온 이유에 대해서 얼버무린 걸 눈치채셨기 때문일까, 너무 정중하게 산티아고에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혹시 말하기 어려운 이유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저 승은 씨가 왜 순례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잠시 고민한 후 가장 최근의 일부터 하나씩 말씀드리게 되었다. 나조차도 정리가 잘 안 된 이야기를 목사님께 말씀드리면서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다. 퇴사하게 된 계기부터 그전에 다녔던 회사 이야기, 원하는 분야로 직업을 갖게 된 계기, 대학 얘기, 수능 얘기, 학창시절 얘기
그렇게 10km 가량을 함께 걸으며 두서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재밌어서 이야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107P"
두서없어도 괜찮다..오히려 일상에서는 접점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쉬울 것 같다.. 그와 함께 말로 한번 내뱉어 보면 '혼돈'상태인 머리 속이 한차례 정리되기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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