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왠지 밋밋해보이는 잔잔한 색감의 표지에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라는 감성적인 제목은 여행에세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에세이'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귀엽고 앳된 젊은 손녀가 여행과 함께 '두번째 엄마'인 '할머니'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는 편지..
​'할머니와 손녀의 여행' 어떨 것 같은가?
​'세대차이'로 인해 크게 다투지 않을까,, 주변에서 몇년 동안의 추억을 쌓은 친한친구도 여행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보았는데..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살아온 세대가 다른데 "과연 '문제'가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읽어보면서 느껴지는 그 '세대차이'의 문제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사이에 마음껏 드러나지만 그만큼 유쾌하고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 보인다.

"토론토는 참 삭막한 곳이었다
숙소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선 어떤 승객이 자신의 옆자리에 않은 할머니를 보더니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무어라 지껄여대는 일도 있었는데, 그건 참 기가 막힌 일이었다. 내겐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소중한 사람인데 고작 피부색 하나 때문에 그따위 태도에 직면해야 하나, 이미 한바탕 눈물을 쏟은 이후였기에 나는 더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내 동생도 마찬가지였는지, 정작 본인의 일이었다면 별 시답잖은 사람 다보겠다며 무시하고 넘어갔을 그 애도 할머니와 자리를 바꾸고선 그를 붙들고 마구 싸워대기 시작했다. 46P"

낯선 여행지에서 내 소중한 사람이 받는 모멸감.. 서로 사소한 것으로 싸울때는 싸우는 가족이자 조손관계이지만 다른사람이 가족을 깎아내리는 것을 경험한다면 '가족은 건들지 마라'는 그 깊은 말에 동감하게 된다.
​그만큼 그 상대방의 자존감과 자존심, 인격을 지켜주고 싶을 만큼 소중한 존재.
​무엇보다 저자는 어릴 적 엄마의 죽음으로 '가족의 상실'을 너무 일찍 겪어보았다.. 그러기에 지금 자신의 주변에 생명과 사랑을 내뿜어내는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독자인 나에게까지 찐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저자가 할머니와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새로운 할머니의 모습'을 읽고 있노라면 나는 얼마나 내 가족들을 알기 위해 노력했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생각해보면 할머니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자 노력한 적이 없었다. 할머니가 찬 음식을 싫어하고 고기보다는 야채나 과일을 선호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십여 년을 함께 살아오며 그 정도도 모른다면 정말 너무한 일이지 않나. 나는 딱 너무하지 않을 정도로만 할머니에 대해 알고 있었다.
187P"

그와 함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사람에게 이런 느낌을 줄까? 라는 느낌에서 말이다.. 그저 일상 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가족과 친구를 만나면서 '여행'에서는 왜 함께 가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될까?
나 같은 경우도 친구와 여행을 가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다.. 아 이 친구가 회를 좋아하지 않는구나..이것을 좋아하는 구나 등등......,
여행이란 것이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시간에 설렘이라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기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게 되기에 그런 것이겠지?
참 일상이런 것도 그런 노력의 연속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주 함께 놀러 다녀야겠다. 자주 대화를 나누어야겠다. 자주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 더 많이 , 더 자주 손을 잡고 다녀야겠다. 그 미래를 깨달은 후부턴 현실에 더욱 충실해졌다.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하니 현실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의 어느 날 얼기설기 이어붙인 후회의 기억들만을 끌어다 덮고 밤을 지새우게 되기 전에, 그것을 더욱 아프지 않게 기워낼 수 있을 행복한 기억을 소복이 모아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59P"

얼마남지 않은 할머니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관계에 대해 묵상하는 글을 읽으니, 나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모르는 엄마를 알기위해 노력하며,, 그 또한 내 소중한 사람에게로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말이다.(어짜피 코로나이기 때문에...)
#책추천 #여행에세이 #달꽃 #안녕미워했던나의두번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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