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의 농담
염문경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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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의 유명인사, 펭수작가라고 불리는 '염문경'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왠지 떠올랐던 것은 뜬금없이 어릴적 보았던 동화들이었다. 뭔가 나쁜건 아닌데 자주 나오는 인과응보나 수동적인 여자캐릭터들이 자주 나왔던 것들로 기억난다.

뭔가 동화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아이들의 꿈을 그려주며 미래의 방향을 꿈꾸게 만든다.. 예를 들어서 어릴적 신데렐라를 보고 여자아이들은 꿈꾼다.. '나는 나중에 왕자님이랑 결혼할거야.'라고 말이다.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깃들어 있지만 서도 왠지 '현실감 제로'의 꿈이다.

마냥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드러난 귀여운 에피소드라고 하지만서도 과연 성장하면서 이 환상의 꿈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쩌면 그렇기에 어른들이 보는 드라마에서도 백마 탄 왕자님(재벌 2세)이 가난한 여자를 도와주고 구해주는 스토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요즘은 그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내용의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에세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서였다.

구체적으로 다시 정리를 하자면 일단 이 에세이를 쓴 작가님이 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펭수작가뿐 아니라 배우도 하시고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 등 폭이 넓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이기에 그녀가 하는 작업들에 대해 더욱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편견들이 있는 것 같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던 장편 로맨틱코미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이 완성되고 보도자료가 나가면서 뜻밖의 기사가 뜬 것이다. "'펭수' 메인 작가, 퀴어 영화로 각본 데뷔" 틀림없는 사실의 나열이었지만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는 꽤 분명한 헤드라인이었다. 성난 댓글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댓글로 욕먹은 적은 가끔 있었지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겁이 난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진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나 진짜 팀에 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페미'로 찍힐 줄 알았는데 '퀴어'로 찍힐 줄 몰랐군. 하하하. 식은 땀과 웃음이 동시에 났다.

충분히 용감하지 않습니다만

'어린이 프로를 담당하면서 왜 퀴어 영화를 제작하는거지?' 라는 편견 말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일 뿐인데 왜 그녀를 비난하려는 걸까?

오히려 아이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에 그들을 이해하려는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히려 더 터놓고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하지 댓글로 이해가 안된다며 비난하는 모습은 자신만의 관점만 밀어붙이며 타인에게 상처주는 행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서로가 더욱 토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건강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여자라도 수동적인 모습을 버리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인상깊었던 '충분히 용감하지 않습니다만' 챕터였다.

그리고 또한가지 일하는 직장인으로써 큰 위로가 되었던 챕터 '일의 기쁨과 슬픔'을 소개하며 마무리 하려고 한다.

"코드를 좀 멀리서 보면 어때요?"

케빈이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자기가 짠 코드랑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창비 2019,60P)

버그는 그냥 버그일 뿐이라고, 버그가 당신을 갉아먹는 것은 아니라고, 소설 속 개발자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무심하게 커피를 마시던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또르르.

일을 망친 것을 자신이 망가진 것과 동일하지 말라는 말인데..'일의 기쁨과 슬픔' 한창 작년인가 재작년 홍보하는 것을 많이 보았던 책이다. 작가님이 이 문구가 가슴에 와닿아 눈물까지 나온 걸 보면 그만큼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부담감이 보이기도 한다...책에서는 무엇때문에 그만큼 부담스러운 건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펭수작가와 그 외에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잡음들 때문인걸까, 그로 인해 자신이 속한 EBS팀에 피해를 줄까봐 더욱 힘드신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직장생활로 인한 부담감에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위로하는 문구로도 쓰기 좋은 말들이었다.

'직장생활이 다가 아니라는 것, 나는 충분히 가치가 있고 사랑할만한 사람이라는 것'

참, 직장 내 아직 사람관계도 서툴고 바쁘다보면 놓치는 것이 많은 나이기에 뭐 하나가 잘못되도 다 내 탓 같았고 그런만큼 내 자신이 많이 미운 나날들이 계속 됬었다.

'사회생활 몇년차인데 이거 하나 못하고 두려워하는 걸까?' 라는 질문과 함께 계속되는 자기비하...

하지만 내가 일은 못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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