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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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김동하 작가님과 질문의 관계를 생각할 때 한 가지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기자가 된 직후인 2010년 11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이후 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고 싶다"라고 했지만 정적이 흘렀다. 거듭된 요청에도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기자가 질문했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7. 질문 못하는 기자들 43P

책에서도 '질문 못하는 기자들?'이란 챕터로 소개되는 내용인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의 '질문력' 수준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질문'을 교육방법으로 자주 활용하는 유대인 사람들의 교육방식 '하브루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학교에서 던졌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도서관은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공부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고요함'이 없는 장소라고 하니 참 흥미롭다.

그렇다면 무작정 질문을 던지면 좋은 것일까, 그건 아닌것 같다.. 아마 상황과 상대방이 누군지에 따라 던져야 하는 질문의 수준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김동하 기자님이 겪은 경험들을 통해 설명하는 '질문던지기' 방법은 정치인들과의 실전이 녹아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예의차리는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는 기자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적으로 어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면 좋을 지 정리해 보게 된다.(결국 사회생활이든 기자생활이든 기본적으로 사람관계가 끼어 있기에 말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기자는 질문에 있어서 공격적으로 많이 퍼붙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쓸데없이 공격적으로 퍼붇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분의 모습을 보니 기자로써 '질문의 적극성'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인식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격적이라서 나쁜 것이 아니라 본질을 놓치고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쓸데없이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 본다.

질문에서도 일방통행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결국 좋은 질문에 좋은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건 쌍방 작용을 통해서다.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와 단어들을 사용해 묻는다 해도, 또는 강압적으로 윽박지른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닫혀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리한 질문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데도 답변만 되풀이하면 당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았나. 되받아쳐서 본인이 질문자의 위치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 되묻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는 상대를 어느덧 불리한 답변자의 위치로 세워놓을 수 있다. 또는 답변 자체보다 되묻는 질문을 부각하면서 화제를 전환할 수 있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189P

또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실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을 서술해나가는데 '정치부 기자'로써의 경험이 많아 사실 어렵기도 했다. 신문을 봐도 '정치면'은 항상 스킵해버리는 나의 성향상 말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벌어지는 사람들간 눈치싸움을 읽는 재미는 있다.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특종을 터트리려 하는 기자, 그리고 가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자에게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숨기려고 하는 정치인과의 눈치싸움에 관한 에피소드들 말이다.

그리고 기자가 던지는 질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사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역사관에 대한 논란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 후보에게 던진 질문.

후보자께선 후대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 한 달쯤 뒤면 제 후대인 아들이 태어나는데요. 아들한테 언젠가 역사를 이야기해줘야 할 때가 올 겁니다. 교과서에는 5.16이 군사 정변, 쿠데타라고 나와 있는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오신 분은 5.16을 구국의 혁명,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시면 제 아들에게 큰 혼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제가 아들한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니면 후보자께선 대선에서 5.16을 혁명이라고 규정할 생각이라도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164P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내 성향과 전혀다른 기자의 자질에 대해 다루어진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나는 보통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질문으로 파헤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성격이다. '좋은게 좋은거지' 식으로..하지만 기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굉장히 귀찮게 질문으로 문제를 파고드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내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기자'가 아니라고 해서 이런 역할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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