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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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는 갈급하게 계속 울어댔다. 만약 천애고아로 교구위원들의 깊고 깊은 자비로움 속에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더라면 더욱더 큰 목소리로 울었으리라

올리버 트위스트 1부 22P

어린시절 가물가물 읽었던 기억이 났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뭐랄까, 아! 이런문체였나 싶은 느낌? 그 당시 사회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듯 하면서 가끔 나오는 반어법? 그리고 얼핏 옛날에는 어린아이에 대한 처우가 많이 안 좋았다는 것을 배웠던 입장에서 다시 읽으니 그 당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 감정이입하며 읽어내려갔다.

"나라면 이런 상황들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며........

어렸을 때는 꽤 얇은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읽은 올리버 트위스트는 600페이지 약간 넘는 분량으로 읽기로 다짐하려면 꽤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해야겠다 싶었는데 문체가 특이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당시 사회생활이 드러나게 설명하면서도 가끔씩 꼬아서 말하는 듯한 문체가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고 불릴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출생의 비밀'이야기가 끼어 있어서 나름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소설내용이 주인공인 올리버가 구빈원에서 생활하는 것을 넘어 장의사 도제로 일하고 힘듬을 못이기고 도망쳐 런던에 가기까지 다이나믹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소설내용에서 그 당시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던 상황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내용들도 인상깊고 말이다.

예를 들면

"부인, 저건 미친 게 아닙니다." 범블 씨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였다. "고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소어베리 부인이 놀라며 물었다.

"고기요, 부인. 고기." 범블 씨가 엄중하게 강조하며 대답했다. "부인이 너무 잘 먹인 탓이지요. 저 녀석의 처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접으로 인해 기운이 넘치게 된 겁니다. 실용적인 철학자이신 이사님들도 동의하실 걸요? 도대체 극빈자 놈들이 기운이 넘쳐서 뭐에 쓰겠어요. 그저 몸뚱어리나 부지하면 그만일 텐데. 저 녀석한테 죽이나 먹였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겁니다."

"세상에, 맘소사!" 소어베리 부인이 경건하게 부엌 천장을 올려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너무 잘 먹여서 생긴 일이라니!"

소어베리 부인이 올리버를 잘 먹였다는 말은 아무도 먹지 않을 더러운 고기 찌꺼기를 넘치게 주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소어베리 부인이 범블 씨의 매서운 힐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한 유순함과 자기희생이 필요한 대목이었다.

올리버 트위스트 86P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게 펼쳐지는 어른들의 대화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무슨 개그프로그램 꽁트를 읽는 느낌이다.

그 외에도 자주 튀어나오는 모순적 어투들(ex: 앵벌이 시키는 유대인노인에게 도덕적인 노인에게 도덕적 계율을 지킨다고 하는 등)은 이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참 이런 상황들이 처음에는 어이없고 올리버가 불쌍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소설의 후편에 올리버가 가족을 찾는 부분에서는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현대지성의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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