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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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행사들이 의무로 다가오는 연말, 서평선물로 책 한권이 나를 찾아왔다.

표지로 예쁜 날개를 달고 온 500페이지 이상의 장편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500페이지 이상의 장편은 너무 오랜만이라 걱정했지만 하루에 분량을 정해놓고 읽어내려가니 일주일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데 라 크루스 집안의 사랑받는 가장인 미겔 엔젤. 가족은 애정을 담아 그를 ‘빅 엔젤’이라 부른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가문에 길이 남을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온 가족을 불러 모은다. 그런데 100세가 된 빅 엔젤의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시는 바람에 주말에 벌어질 생일 파티는 장례식까지 겸하게 되었다. 재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소외감을 느끼는 동생,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한 동생, 데드메탈에 빠져 소리만 질러대는 손주, 미군에게 속아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아들…. 4대를 아우르는 대가족은 빅 엔젤의 집에서 보내는 달콤 쌉싸름하고 시끌벅적한 이틀 동안, 빅 엔젤과 그의 어머니를 기리면서 소중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린다.

네이버 책 줄거리 소개

책 속에 주인공인 "빅 엔젤" 그는 암선고를 받은 시한부 인생. 70세

어머니인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을 일주일로 미루고 그와 함께 다음날 토요일 자신의 생일파티까지 함께 준비한다.

그리고 책내용은 그 단편적인 사건뿐 아니라 그 전 빅엔젤과 아내인 페를라의 첫만남 과거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대서사시를 이루며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

기억력이 안 좋다면 읽다가 어느순간 "마리루","기예르모" 누구였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거다(실제로 나는 많이 그랬다 하핫;;)

자칫하면 정신없고 심심할 수 있지만, 하지만 책 속에서 빅 엔젤의 가족과 친척,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밀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이 심심하지 않게 만들었다.

담배에 또 불이 붙었다. 페를라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 노인이 무서웠다. 이 늙은이가 언젠가는 밤에 자기 방에 들어올 것 같았고, 시아버지와 싸워야 할 상황이 올까 봐 무서웠다. 남편에게 또 마음 아픈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를 시켜서 할아버지를 감시하게 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258P

랄로는 평생 인질이었다. 브라울리오처럼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아부지처럼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하지만 아무도 될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부끄럽게 했지. 바보 같은 노인네 아닌가. 형을 두려워했지. 아무리 해도 형만큼 마초적인 남자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껏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나란 놈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당신 같은 똥 덩어리랑 다를 게 없다고.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384P

그리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파헤치는 듯한 전지적 시점. 이 인물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며 읽을 필요 없다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작가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리틀 엔젤이 말하자, 빅 엔젤이 대꾸했다.

"알았다."

"8시야."

"준비할게."

"죽지 마"

"아직은 안 죽어. 하지만 혹시 내가 죽으면 벌새가 보일 거야. 그럼 인사를 해. 그게 나일 테니까. 잊지 마."

"절대로 안 잊을게."

리틀 엔젤은 약속했다.

그들은 작별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빅 엔젤은 아내를 꼭 껴안았다.

"뭐 좋아. 난 내일 죽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변에 갈거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리겠어.'

빅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512P

이야기 속 빅 엔젤 역시 마지막에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작가의 죽음관을 닮아있는 듯 하다

내일죽어도 오늘 함께하는 관계를 즐기자! 라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를 돌아본다.

지난 9월.. 부친상을 당했었다. 그리고 찾아온 많은 친척들. 오랜만에 보거나 처음 본 어색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 하는 지금. 관계를 즐기는 듯한 빅 엔젤을 보며 내 주변의 가족과 친척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며 읽기 좋은 소설이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제목에서는 일반적인 신파극 냄새를 풀풀 풍기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죽음"보다 "가족과 친척"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를 통해서 내가 죽음을 앞둔다면 남겨질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남기고 과거를 어떻게 마무리 할지 역시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죽음은 죽음 뒤 몰려오는 후유증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기에.......

"멕시코인 빅엔젤"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은 천방지축 많은 사고를 내기도 하고 많은 비밀들을 품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 아래 한 구성원의 죽음과 생일을 준비하며 한 공동체로 다시 묶인다.

책 속에 나오는 적나라한 가족구성원의 인생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당혹감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다시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이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고 생명력이 넘치는 책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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