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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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제목을 보고서는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게 무슨 뜻이지 하면서...

"심판의 날"이라는 작품에 대한 능숙한 전문가라는 의미라는 것을 이 책을 한참 읽고나서야 알게되었다. 국어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ㅠㅠ 아니면 난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여튼...

독일어권 소설을 언제 읽어봤더라...

사실 누가 독일어권 소설작가인지도 가물 가물... ㅎ

왠지 새롭다는 느낌을 받는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권총 자살을 한다.

비쇼프의 아내 디나와 과거 연인 관계였던 퇴역 장교 요슈 남작이 자살로 몰고간 사람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그 저택에 같이 있던 엔지니어 졸그루프는 과거 사건과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요슈 남작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을 추리해나가는데...

추리 과정에서 책에 적힌 어떤 약 제조법과 어느 화가의 이야기가 밝혀진다.

과연 요슈 남작은 무죄일까?

전체적으로 소설은 한편의 추리 소설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 추리를 이어가는 사람은 엔지니어인 졸그루프인데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졸그루프의 추리 과정에서는 단서가 제시되거나 보여주지 않은 상태로 심한 비약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과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하지만 딱히 무엇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한 흡입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내쳐 읽게된다는... ㅎ

번역자의 해설을 보면 저자인 레오 페루츠의 소설은 "환상 문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한다.

환상幻想...

환상문학이란 "초자연적 괴이나 경이, 꿈, 가공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나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설정을 중심으로 한 문학작품의 총칭" (네이버 지식백과)라고 정의된다고 한다.

"초자연적 세계에서 온갖 비현실적인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p242) 판타지 소설과 "현실과 초자연적 현상이 뒤섞이며 경계가 흐려지고 혼란과 망설임을 불러일으키는" (p242) 환상 문학 소설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번역자는 말한다.

이 소설 역시 환상 문학 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과연 소설 속 어떤 부분이 '현실과 초자연적 현상이 뒤섞이고'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다만 소설 속 고서古書에서 나오는 어떤 약이 가져다주는 몽롱함으로부터 기인하는 환상, 환각이라고 한다면 뭐 그런데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환상이나 환각은 아닐터인데 도대체 어디서???

소설은 소설 속에서의 화가 이야기를 포함한 비쇼프 배우의 자살 사건 이야기, 이 두가지를 포함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야기 속 이야기,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쳐있다고 해야겠다.

게다가 엔지니어 졸그루프와 의사 고르스키 박사는 흡사 홈즈와 왓슨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편자 후기'라고 이름붙여진 마지막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추리 소설같은 장르 소설 특유의 반전이 이 한부분에서 드러나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다시 읽어보게 만든다고 해야할까... 뭐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이게 뭐지 하면서 그냥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책 전체를 어우르는 뒤엎음의 무언가가 한방 떠억~~~

"머리말을 대신하는 맺음말"이라는 엉뚱함도 한방에 해소해버리는...

환상 문학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반전있는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진 책이었다.

아마도 소설 속 나로 지칭되는 요슈 남작은 자기 변호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통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냥 병病? ㅎ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시달리는 영혼이여!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괴롭히는 것을 내게서 영원히 떼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가 내 뒤에 놓여 있다. 흐르더린 한 더미 종이로. 나는 일을 끝마쳤다. 이 이야기가 나와 더 이상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옆으로 밀쳐 둔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거나 꾸며 낸 이야기인 양, 다른 사람이 쓴 이야기인 양.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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