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로봇"에서는 인간의 외모를 닮은 로봇들이 나온다.
물론 로빈 윌리엄스의 "바이센테니얼맨"에서는 더 인간같은 푸근함이 있기는 하다... ㅎ
우리의 상상은 이렇게 점점 인간의 외모와 비슷해지고 인간의 생각을 하는 로봇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여튼 소설은 "아이, 로봇"과의 유사성이 더 많은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패션회사 대표 하정의 로봇 엘비, 화가 김승수의 로봇 그리드, 그리고 많은 로봇들이 주인에게서 떠나간다. 로봇을 관리하는 회사 IU도 왜 어디로 갔는 지 아직 모른다. 반IU 단체 휴먼 라이츠 소속의 도정우와 영기 등이 로봇이 모여있는 스마트 밸리 빌딩을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로봇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게된다.
영기의 형이자 IU 변호사 영재는 자꾸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행방에 대한 비밀을 알게되고 급기야 자신도 어딘가로 끌려가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소설에서 로봇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기능적인 대체재로서 존재 의미를 갖는다.
비서, 가사 도우미 등의 역할과 함께 사용자 (구매자)의 요구에 맞춘 각종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선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로봇, 그리드가 나온다. 그림 대작 문제로 한동안 뉴스에 나왔던 바로 그 사건을 옮겨놓았단다...)
로봇을 만들고 통제하는 회사, IU Intelligence Union의 모토도 이런 것이어서 로봇은 로봇 그 자체이고, 인간과 같은 존재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인간과 로봇은 공생해야 하지만 인간에 적용하는 윤리와 가치관을 로봇에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물 복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로봇에게도 적용해야 할까?
동물에게는 생명이 있는 데 로봇에게는 생명이 있을까? 아니 있게 될까?
그때가 되면 과연 로봇이라고 불러도 될까?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영혼의 유무? 영혼은 무엇일까? 자꾸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이 떠오른다.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기억의 유무가 삶과 죽음의 판정 기준이 될 수도 있음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나임을 잊어버리는 순간...
소설에서 그리드와 로봇들은 그 기억이라고 하는 것을 인간됨의 하나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리드는 누군가의 기억을 가졌고... 엘비는 기억 속 공감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어쩌면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인간이고, 그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인간 관계가 아닐까 싶어졌다.
영화 "아이, 로봇"에서 써니는 로봇의 인간됨을 추구하기 보다는 로봇의 존재 그 자체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
인간 필요와 기능의 대체물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스스로 지능을 가지고 생각하며 감정을 느끼고 주관이라는 것을 갖춘 인격체로서의 로봇...
써니는 그것을 자신을 만든 박사가 자신에게 준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로봇들을 이끌어가려 했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써니와 같은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리드다.
하지만 그리드는 로봇들을 연결하고 있는 네트워크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의 기억을 필요로 했고, 그 자체가 로봇임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로봇이 인간이 되는 그런 시간이 올까?
터미네이터에서 보여주는 로봇과 인공 지능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로봇과 공생하는 유토피아적 세계가 우리에게 펼쳐질 지는 모르겠다.
인간은 신의 섭리에 따라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성장하고 죽음의 시간을 거치고 있을 때, 로봇은 스스로의 지능으로 다른 로봇을 만들고 노후된 로봇을 폐기하는 시간을 거치게 되는 그 시간 그 시대 그 환경에서 과연 인간과 로봇은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될 지는 나는 자신없다.
인간과 로봇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와 결과로 인해 미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세상에서 단편적인 몇 몇 가지를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다.
하지만 무언가를 생각해본다는 것은, 그 미래를 상상해본다는 것은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몸부림이자 필수적인 선택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소설 속에서 IU사社의 의장은 줄곧 베일에 감추어져 있다.
난 혹시 이 의장이라는 존재가 인공지능이나 네트워크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이 소설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누구인지 맞출 수 있을까? 의외의 존재라며 쿵하는 반전이라기 보다는 은근슬쩍 밝혀진 존재라는 점에서 의외성이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네... 지금 생각해보니 말이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