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 시대의 전환을 이끌어낸 역사적인 기후 소송이 펼쳐진다!
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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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어느 날 어느 작은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조 맨델슨이라는 환경 전문 변호사는 오랜 시간 제출하기를 망설여온 청원서를 미국 환경보호청에 접수시켰다.

그리고 이 청원은 2007년 4월 길고 긴 소송을 끝내고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매사추세츠주 대 미국 환경보호청' 사건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소송은 대법원 심리 역사 상 가장 중요한 환경법 사건 중에 하나로 이야기되는 사항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 소송과 관련된 일련의 기록서라고 해야하려나...

소송의 첫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의 세세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 순간 순간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제목은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이지만 어쩌면 '위대한 판결을 이끌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내용적으로는 더 알맞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소송의 중요성이 있으니 '판결'이라고 하는 것도 그나름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여튼 이 소송의 쟁점은 이러하다.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전全 지구적 환경 문제, 즉 기후 변화에 적극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미국 정부에 법적으로 부여되어 있는가?" (p4)

이 쟁점이 어떤 판결을 받느냐에 따라...

원고가 승리하는 경우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고,

원고가 패배하는 경우 환경 단체가 제기한 각종 소송 등이 위축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소송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맨델슨은 클린턴 행정부의 기후 변화 대책 시행에 대한 미온적인 행보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환경보호청이 청정대기법에 의거해 이미 가지고 있는 권한을 사용해 신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서를 작성하여 접수시켰다.

이 청원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는 답변을 계속 미루었고 결국 다음 정권인) 부시 행정부는 자동차에서 발생되는 온실 가스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이유를 제시하며, "상기의 고려 사항들에 비추어 환경보호청은 설령 규제 권한이 있다 하더라고 현재로서는 온실 가스 배출을 규제해달라는 청원인의 요구를 거부한다"고 결론 지었다.

이리하여 시작된 소송은 하급 법원인 D.C항소법원에서는 원고 패배로 판결났다. 판결 결과는 세 명의 판사 중 한 명은 반대의견을 낸 2:1 이었다. 이에 항고가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 소송의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양측 (미 행정부와 매사추세츠 주정부를 위시한 몇몇 주정부 및 환경 단체가 각각 양측이다.) 변호인의 변론과 판사들의 구두 질문 들을 통해 정리해보면 세가지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가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할 (피해를 받았느냐 하는 등) 자격을 갖추었느냐이다.

둘째는 온실가스가 대기 오염물질이냐라는 것이고...

세번째가 규제 관련 판단을 유보한 것이 타당한 근거에 기반하여 행사되었는가라는 것이다.

이 중 판결을 결정지은 요소가 되는 것이 세번째 항목이었고, 환경보호청의 최초 거부 결정문에서 언급된 여러 고려 사항들 중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결된다.

여기서 잠깐...

최초에 맨델슨은 '신규 자동차의 오염 물질 배출을 규제해달라' 고 청원을 했다.

그런데 판결을 통해서의 결론은...

'환경보호청은 청원에 대해 거부한 것은 잘못되었다.' 이고, 이를 유추하여 생각하면 '오염 물질의 위험성을 판단해서 규제하라' 인데 여전히 언제까지 판단하고, 어느 정도로 규제하며, 언제부터 시행하는 지에 대한 언급은 사실 하나도 없다.

판단을 보류하며 시간을 질질 끌 수 있는 여건 즉,

대기 오염 물질의 온실 효과 여부, 영향의 정도, 규제의 적정치 등등 이런 정보가 없다면서...

또는 지금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적당한 규제와 관련한 법률안에 다른 의견들을 조정하고 협의해야 한다면서...

차일 피일 미루면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없는 그런 상황이 여전한데 아주 중요한 환경법 소송에서 위대한 판결이 나왔다고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뭐지??? 이것이 첫 감상...

그런데 이 판결의 중요성은 이것이란다.

대법원은 기후 변화가 야기한 피해에 대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기후 관련 사업들에 문이 열렸고 미래에 연방 정부, 주 정부, 지방 정부를 상대로, 또 기후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는 길이 닦였다. 또한 원고적격 쟁점에서 거둔 승리는 기후 소송의 새로운 파도가 일어날 수 있는 길을 텄다.

p308

당장의 청원 내용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할 권리에 대한 획득'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과 정책을 이전 행정부와는 다르게 진전시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나서야'할 것이다. 맨델슨 처럼 말이다.

그런데... 연방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말이다.

맨델슨의 최초 청원에 대해 환경보호청이 어떤 행위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사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그랬단다... 시간만 보내면서 흐지부지 되기를 기다렸다는 거지...)

거부 판결을 하기보다 일단 알았다 검토하겠다고 했었으면...

거부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온실 가스에 대해 잘모르겠다, 자료가 없어서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라고 했었으면...

아마도 이 소송은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을 보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고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더 황당한 상황은 이것이다.

맨델슨의 최초 청원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청원 자체를 반대하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맨델슨은 단독으로 청원했다고 한다.) 환경보호청의 거부 선언 이후 벌떼같이 모여들어 함께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마치 이건 '뭔가 될 것 같은 껀수를 하나 잡았다'는 속셈으로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

점입가경인 것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의견 (그것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던 아니면 참여한 변호인이 대변해야할 단체의 의도이던 뭐던)을 조정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대립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우정이 파탄나버리는 상황까지 맞이하는 변호인단의 행태를 보면서 리더가 되고자하는 개인의 욕심은 참 대단하구나 하는 느낌이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 시작했음에도 내 주장 내 명예를 따지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그 결정을 바꾸게 만든 그 수고에 박수를 보내야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동안 자료를 찾고, 의견을 조율하고, 재판을 준비하면서 헌신하고 희생한 결과 어느 한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옳은 방향으로 진행해나가다 보면 우리는 푸른 하늘 파란 바다 녹색의 숲을 계속 보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책의 뒷부분에서 나오는 것처럼 또다른 행정부 (여기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발표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책을 거의 모두 철회한다고 했지만 많은 부분 반발과 재판을 통해 좌절되었다.) 또다른 권력 집단에 의해 흔들리고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는 것이 이런 환경에 대한 대책이고 보면 더 조심하고 더 꿋꿋하게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 날의 검을 들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도 우리의 후손들이 파란 지구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잘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중용의 마음을 이어가야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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