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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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그레이엄 그린... 가장 복합적인 인간이며,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리되는 이 사람...

난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접해봤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개의 경우는 느끼는 것이 어떤 작가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집필 순서대로 접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인데... 한 권의 책으로 작가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작품은 전작前作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브라이턴이라는 영국의 한 휴양 도시...

경마장을 중심으로 한 갱들이 판치는 도시...

그리고 가판대에서 팔던 막대 사탕 브라이턴 록...

책을 읽는 내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해 혼동이 왔다고 해야하려나? 좀 시간 감각이 헝클어졌다고 해야하려나? 내 느낌은 그랬다.

동전을 넣는 자동기계 - 운수를 알려주는 쪽지를 담은 구슬같은 것이 나오는...

유리로된 방파제...

목소리를 녹음하는 LP...

정확한 시기를 책에서 알려주지는 않지만 2차대전 직전의 시간이라는 것은 이런 저런 표현들로 유추해볼 수 있지만 자꾸 혼동이 오는 것은 과연 1940년 대에 저런 물건이 있었을까 라는 막연한 호기심이 갈피를 못잡았기 때문이리라...

작품은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17세의 소년 갱 핑키와 그를 사랑하는 로즈, 그리고 정의를 찾으려는 아이다의 세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두목이었던 카이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한 핑키는 그 살인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하고, 증인들을 멀리 보내고, 증인의 한명인 16세의 로즈와는 결혼을 한다. 입막음을 위해...

경쟁 조직의 압박, 그리고 아이다의 집요한 사건 추적에 겉으로는 잔인하고 냉정한 것처럼 보이는 어린 갱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로즈와 대죄大罪를 저지르려 시골로 차를 몰고 간다...

이후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ㅎ

사실 이 작품을 과연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작품 내에서의 탐정 역할인 아이다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수사를 하는 사람의 추리적인 면모가 안보인다고 하려나..

정의를 부르짖지만 로즈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과 자신의 호기심, 오지랖이랄까... 난 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너무 지나친 편견일까?

악의 본성을 탐구했다는 것에도 선뜻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영국은 국교회 (성공회)의 나라인데 핑키와 로즈는 카톨릭 신자다. 핑키와 로즈가 갖는 대죄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생활에서의 선악에 대한 판단,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생각은 카톨릭을 기반으로 한다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된다.

내가 카톨릭에 대해 문외한이어서 그들이 가진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런 점이 저자의 전작前作에 대한 섭렵이 좀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역시 성공회가 아닌 카톨릭 신자였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악의 본성에 대해 열심히 탐구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멍하니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많이 상심하겠지...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ㅠㅠ

어쩌면 작품 의도와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로즈를 보면 흔히 생각하는 서양 여성과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생활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부모에게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반항적이거나 독립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소녀가 왜 핑키와의 결혼과 함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면서 대죄大罪 (결국 동반 자살이다... 자살하면 벌받아서 저승사자가 된다고 하는 것이 내 인생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데... ^^)를 지으려고 하는 지... 왜 이렇게 의존적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랑이라고 하면 다 설명되려나?

작품을 읽어본 후의 감상은 이렇다.

어린 갱의 치기어린 범죄와 소심함의 결말...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넘어서는 헌신적인 사랑을 추구한 어린 신부의 희망 찾기...

정의를 추구한 현실주의자의 사랑은 곧 안전...

천국은 말일 뿐이지. 하지만 지옥은 믿을 수 있는 것이야. 두되는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믿을 수 있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어...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깐이라도 천국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까? 설령 그것이 브라이턴의 담벼락 사이에 난 조그만 틈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한참 동안 그녀를 보았다. 마치 그녀가 천국일 수도 있다는 듯이-그러나 그의 머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p468-469

17살 핑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면서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읽어가다보면 경험해보지 못한 천국보다는 늘 경험하고 있는 지옥에 대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던 어린 갱의 절박함과 외로움에서 악의 본성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읽었다고 한켠으로 밀어놓는 책이 아닌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묘한 책...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용 중에서 핑키는 로즈가 그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만드는 LP를 사달라는 요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녹음을 한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 한심한 것아, 날 귀찮게 하지 말고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작품의 마지막에 로즈는 핑키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이 LP를 찾으러 간다.

이 내용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에서는 이 녹음 부분이 이렇게 바뀌었다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p539

로즈는 어느 쪽이 더 핑키답다며 고이 간직하게 될까?

후자가 애틋하기 들리기는 하지만 너무 가식적이고 위선적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에서의 핑키를 보면 말이다.

그래서... 난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싶어졌다.



그런데 로즈가 만나게 될 6월의 최악의 공포는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 뒤에 이어지는 다음 작품에 대한 단서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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