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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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2권의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은 그 첫번째 권...

여기에는 다섯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에피소드 전체를 아우르는 바탕이 되는 것은 deld.LIFE 디리닷라이프 라는 사이트와 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카가미 케이시와 마시바 유타로이다.

이 사이트는 "당신이 죽은 후,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해드립니다."라는 문구로 광고하며, 일을 하는 곳...

요즘 표현으로 하면 디지털 장의사쯤 되는 그런 곳이다.

이 사이트에 의뢰를 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삭제하고 싶은 데이터가 있는 기기에 특정 앱을 설치하고, 어떤 조건을 설정한 후 이 조건이 충족되면 사이트의 노트북 모구라에 알림이 표시되고, 사망 확인을 하기 위해 유타로가 방문, 확인을 마치면 케이시가 원격 제어를 통해 데이터를 삭제하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 흔적을 지우게 된다...

자... 케이시와 유타로는 어떤 의뢰를 받게 될까?

우리는 이제 다섯 건의 의뢰를 따라가볼 수 있다.

첫 포옹 First hug

강매 사기단의 일원이었던 다쿠미가 죽는다. 자신이 죽으면 스마트폰의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주문을 해놓은 상태. 살인자가 강가에 던져버린 그 스마트폰에 담겨있던 사진은 동거녀의 전前남자 아기. 다쿠미가 그 아기를 안아주지 않는 이유는....

비밀 정원 Secret garden

76세 안자이 다쓰오가 지병으로 죽었다. 장례식장에 한 여인이 안자이가 죽기 전 자신과 결혼했다는 말을 전했고, 몇일 후 흰 옷을 입은 여인으로부터 칼에 찔려 사망한다. 안자이 다쓰오의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20대의 흰 옷을 입은 여인... 그 여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스토커 블루스 stalker blues

31세의 이즈미 쇼헤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11시간 동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신호가 오면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해달라는 의뢰를 했었다. 사교성없던 그의 스마트폰에 들어있던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정말 피규어 오타쿠에다 스토커였을까?

인형의 꿈 Dolls dream

38세의 아스카. 스마트폰의 T.E라는 폴더 내 데이터를 지워달라는 의뢰. 자신의 죽음 이후 딸을 걱정했던 엄마 아스카가 딸을 위해 부탁한 그 의뢰...

잃어버린 기억 Lost memories

53세의 히로야마 다쓰히로가 병사했다. 그가 남긴 통장에서 많은 돈이 임의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누군가의 요양비로... 그 누군가와 다쓰히로는 어떤 관계인데...

스포 방지를 위해 요약에 요약을 하고보니 내가 과연 각 에피소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정리했나 하는 의구심이 좀 남는다. 조금 길게 쓰면 바로 스포가 될 것도 같은... ㅋ

다섯 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네번째 인형의 꿈을 읽고난 후 찡~~한 여운에 눈물을 찔끔...

이 나이가 되니 찔끔거리는 횟수나 빈도가 더 늘어나는 듯... ㅎ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엔 읽은 모두가 다 나같을 것이라 추정해본다... (이 근자감은 괜한 근자감이 아니다. 정말이다.)

죽은 사람이 마치 옆에 있는 것같은 아니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보기 힘들어도 언젠가 만날 수는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죽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먼저 간 사람이 남은 사람을 생각하는 애틋함...

어쩌면 그것은 먼저 간 사람은 죽어도 모를 (???) 남은 사람의 마음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표현처럼 그 슬픔, 먹먹함을 대신해줄 수 있다면 다 좋은 것 아닐까...

(뭔 소리여? 싶을 때... 읽어보는 것이 정답...ㅎ)

"데이터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몰라. 그러나 자신이 죽은 후 이 데이터는 삭제된다.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의뢰인은 마지막까지 데이터를 남길 수 있었던 거다. 나는 의뢰인의 그 믿음에 응해주어야만 해"

그 말에 유타로는 반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석연치 않은 감정은 지금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유타로의 마음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첫 포옹. p16

케이시는 단호하다. 삭제해달라는 의뢰를 한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데이터이니 지워달라는 것인데 어떤 사정과 필요가 있더라도 지우지 않거나 보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유타로는 좀 반대다. 자연스런 죽음이 아니라 사건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 무언가를 밝혀야 하는 것이 있는 경우에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의뢰받았지만 막무가내식 삭제는 아니다라고...

어느 쪽이 맞을까?

누군가의 동의를 얻지 못한 데이터의 엿봄이 과연 맞는 일일까?

그 엿봄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의 잘못이 감춰지는 것, 과연 잘한 일일까?

케이시가 느끼는 누름돌의 무게가 더욱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때문일까?

잊혀지고 싶은 데 잊혀지지 못함에 대한... 그래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에 탄생한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이런 면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게되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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