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 2021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허남훈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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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이야기?

기자였다가 보험설계사가 되었다가 온라인 쇼핑몰 사장이 된 허수영...

외국에서 오퍼상을 하다 보험설계사를 거쳐 다시 오퍼상이 된 에디...

공무원 준비생, 막노동자를 거쳐 일반 회사 관리직이 된 사카이...

사실 주된 시점은 허수영과 사카이라고 해야겠다. 이 둘의 시점을 오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기둥이라고 할까?

수영을 통해 기자라는 직업의 현실적 문제를 볼 수 있었다.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한 것이 아나리 발로 뛰고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반으로 작품을 썼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진짜로...)

매일 매일 기사를 써야한다는 마감에의 압박...

읽는 이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는 선정적인 꺼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정보 수집의 압박...

누군가의 사생활을 까발려야 하는 현실...

인터뷰한 사람의 의도가 왜곡되게 씌여진 기사를 내보내는 미안함...

TV에서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를 들이대며 당사자가 절대 대답할 것 같지도 않는 질문을 해대는 기자들을 보면서 기자의 사명 의식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을 위해?

진정 누군가의 알 권리를 대변하여 저 자리에서 저렇게 몸싸움과 발버둥을 치는 것일까 싶은...

수영은 기사 꺼리를 수집하기 위해 그리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전화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거절을 받았고 그만큼 상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염증을 느낀 수영은 삼진생명 보험설계사로 새로이 시작한다. 거기서 만난 에디와 함께...

지인 영업... 개척 영업...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보험설계사가 되면 자신과 가족과 친척을 포함해서 아는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보험에 가입시키고 조금 있다가 해약하고...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 정말인지는... ㅡ.ㅡ

여튼 수영과 에디는 소위 모르는 사람에게 영업을 하는 개척 영업이라는 것을 한다. 한달 넘게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하는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지만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고 더불어 차단 번호로 등록...

거리에서 주는 이런 저런 전단지는 알바들의 고단함을 아니깐 꼬박 꼬박 받아들고 어느 정도 들고 걷다가 휴지통으로...

작품 속에서도 말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80%가 보험을 적어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데...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생활도 빠듯한데 또 다른 보험을 든다는 것은 정말 딴 나라 이야기일 뿐...

이런 상황이니 수영과 에디는 얼마나 많은 거절과 눈총을 받으며 당혹감과 어색함을 느꼈을까...

사카이의 생활은 이런 거절의 연속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공무원 수행 생활에 지쳐 잠시 막노동 생활을 시작했고, 와중에 막노동 팀장이 돈을 들고 내빼버렸고, 친구 수영의 권유로 들은 보험은 복잡한 약관과 부당한 조건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하긴 이것도 거절을 당한 것이겠다.

권유를 하고 거절을 당하고...

권유를 받고 거절을 하고...

거절을 어려워하던 내 조차도 전화를 통한 거절에는 별로 부담을 못느끼게 되어버린 요즘이다.

오래 전엔 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받고는 거절하고 끊지를 못해 마냥 듣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전화를 걸어 권유하는 사람도 전화를받아 권유를 받고 있는 사람도 결국 아무도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모질어서가 아니라 보험 가입 여건이 되지 않아 거절아닌 거절을 하던 그때였는데...

지금도 내 여건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좀 여유로워졌다고 해야하나? 텔레마케터에게는 미안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거절을 거절하는' 것이란 거절에 대해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일테다.

결국 작품에서 수영이 받은 수많은 거절을 어떻게 극복했는가가 요지아닐까?

작품 속에서 그 방법을 찾아본다.

기자 시절...

새내기 연예인과 친해짐으로서 정보를 전해듣는...

관련 업계 종사자와의 정보 교환과 연락처 교환을 통해...

보험 설계사 시절...

기존 가입자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부당한 약관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계 기관으로의 신고 접수를 통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나중엔...

고단한 수작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아이디를 돈주고 사서...

수영과 에디, 사카이는 거절당하는 현실을 이겨나갔다고 해야하려나?

어쩌면 뻔하던 어쩌면 나만 몰랐던 그런 방법들을 통해서 말이다.



세 사람이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무슨 의미였을까?

그리고 무엇이 수영, 에디, 사카이가 닮았다는 것일까?

어쩌면 이 작품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은 한 구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답을 찾지 못하겠다.

나는 작품을 이해하는 문 앞에 서서 입장을 거절당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거절되고 거절당하는 내 현실과 생활에서 어떻게 그 거절을 거절하고 있을까?

나는 그 거절을 받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 거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나는 앞으로의 거절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할까?

사람마다 다 다른 거절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 다름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나 만의 거절 방법, 그 방법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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