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틱토, 그리고 체나
김윤호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시간을 멈추는 틱토, 그리고 체나"

틱토는 알겠는데 체나는 누구?

책은 세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틱토가 알고 있는 시간에 대한 지식은 탄생과 죽음, 그것이 공존하는 세계이고 서로에 대한 인과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져 수많은 과정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시간을 멈추는 틱토, 그리고 체나. p11

틱토는 지구별에서 스쳐지나간 한 남자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다시 찾아간 지구별에서 그 남자와의 접촉으로 틱토는 그 남자의 시간, 기억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남자의 기억, 시간에 동화된 틱토를 구하기 위해 세나는 지구별 그 남자의 기억 속으로 찾아간다.

틱토를 구하러 위험한 그 남자의 기억 속으로 찾아가는 세나를 보면 흡사 카이를 구하려는 게르다의 이야기인 '눈의 여왕'을 떠올리게 된다. 비록 세나의 동기는 게르다의 카이에 대한 사랑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지구별의 그 남자는 무엇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에 갇혀있는 지는 잘모르겠다. 그저 그 남자의 절규처럼 '악한 마음을 가진 인간들이 나의 어둠을 깨웠고, 짓밟아서' 점점 더 도망치고 숨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멈추는 것은 그 시간을 창조한 신神에게도 그 댓가를 요구하는 엄청난 일이었나 보다. 틱토와 세나를 구하기 위해 그 타메르 할아버지는 한 쪽 팔을 희생했으니 말이다.

슬픈 기억, 나쁜 기억,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자기만의 시간과 기억에 갇힌다는 것은 정말로 슬픈 일 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는 것은 얼마나 절실했다는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 남자의 절규처럼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법은 뭐하길래, 신은 뭐하길래 싶었다. 시간을 관리하는 존재들은 인간의 시간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책에서 말하지만 어쩌면 회피가 아니었을까? 원망은 할 수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인간을 보는 인간의 시선이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닉! 정말로 죽을 셈인가? 지금 네가 치고 있는 곡이 무엇을 뜻하는 지 너도 알고 있겠지?

피아노 - 소스테누토. p201

피아노 연주를 함으로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닉과 가론. 닉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가론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죽음의 연주를 시작한다.

소스테누토 페달이란 <음을 지속시키는 페달>이란 뜻으로서, 3개의 페달이 있는 그랜드 피아노의 중앙 페달. 그것을 밟으면 그 때 울리고 있던 현만 페달을 뗄 때까지 계속 울린다. 이런 연주 지시가 소스테누토.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목표가 부당함을 알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닉은 자신의 연주를 계속 이어간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관절이 뒤틀리는 상황에서도... 소스테누토...

두번째 단편은 감각적이면서도 통속적이다. 악을 행하는 자와 이를 저지하는 자, 저지하려는 자를 오해하여 막아서는 자...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과거의 상처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가둬두고자 하는 자의 모습이 엿보인다는 면에서 첫번째 단편과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악한 자를 악한 방법으로 처단하려고 하는 것은 악한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라 찬성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악한 자를 벌주지 못함은 조금 안타까웠다고 해야겠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그대로 허공에 놓았다. 바람 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밑으로 추락했다. 지상에서의 자신의 모습처럼.

뫼비우스의 띠. p224

뫼비우스의 띠...

어느 지점에서나 띠의 중심을 따라 이동하면 출발한 곳과 정반대 면에 도달할 수 있고, 계속 나아가 두 바퀴를 돌면 처음 위치로 돌아온다는 기하학적 도형...

그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였고, 어느 날 살던 집과 마당이 통째로 하늘로 떠올라버린 상태다. 먹을 것도 떨어져 반려견 해피도 굶어죽은 이후... 그는 인간의 말을 하는 동물들 틈에서 깨어난다. 그는 동물들이 말하는 태초의 인간인 것일까? 미친 듯 뛰던 그가 돌부리에 걸려 자빠졌다. 그리곤...

세번째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뫼비우스의 띠에 그려질 한 지점은 무엇일까? 하늘에 있을 때 그가 땅으로 던지 돌? 땅에 내려와 미친 듯 뛰어다니다 걸려넘어진 그 돌?

태초의 인간이라고 하기엔 비루한데다가 자신의 갈비뼈로 만든 천생연분도 없이 혼자인 그가 뫼비우스 띠의 한 지점은 아닌 것같으니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왜 갑자기 태초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문득 뫼비우스의 띠는 일회성인가? 하는 의문이 피어오름은 돌이 문제의 그것이라면 일회로 끝나기 때문이겠다. 만약 순환적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한 것일 테고...

남자 주인공의 죽음은 보는 이에 따라 진실 혹은 거짓으로 변합니다. ... 결론은 서로 다른 이념이 만들어낸 추상적인 신념일 뿐입니다.

저자 인터뷰 중에서

저자 인터뷰를 읽는 순간...

내 머릿 속에서 뫼비우스의 띠는 툭... 끊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뱀발 하나...

저자의 의도인가 아니면 출판사의 실수인가...

도대체 체나는 어디있느냔 말이다...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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