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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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홍수가 발생하고 도시의 북쪽 빈민굴 일대가 폐허가 된다. 그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태어난 박쥐 얼굴을 한 소년 '42'에게 일어난 세상 뒤집어진 이야기... 라고 말하면 요약이 되려나...

사실 딱히 '42'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얽히고 섥힌 인간들과 세상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대홍수로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야할지도...

부조리한 사회에서 의도된 비리와 잘못된 결정으로 죽은 사람들은 죽은 육신 조차도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백골과 썩어문드러진 육신을 하고 세상을 떠돌고...

대홍수의 참극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폐허 위에서 내일의 희망도 없이 굶주림과 질병과 차별에 시달리며...

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피의 보상을 받아 죽어가는...

디스토피아 세상 '비뫼시'는 소년 '42'가 얻은 자유를 함께 공유하게 될까?



책 뒷편 미주를 본다.

이 책이 소설책인가 아니면 인문학, 철학 책인가... 165개에 달하는 목록은 '이게 뭐지' 하는 감상을 갖게한다.

혹시 당신은 철학 애호가이신가요?

당신에게 『카르마 폴리스』는 사유의 시험대이자 지적 탐닉의 시간을 선사해줄 겁니다. 이 소설은 데카르트, 벤야민, 셰익스피어, 까뮈, 베케트 등 200여권이 넘는 고전 텍스트들을 오마주하고 패러디한 상호텍스트성으로 구축되어 있거든요(국내에선 찾기 힘든 지적 놀이터로 놀러오세요!).

"34. <카르마 폴리스>가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 저자의 블로그에서 발췌.

저자가 이야기하는 "오마주"와 "패러디"와 "상호텍스트성"은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상호텍스트성이란 인용과 변용, 오마주를 통해 이전과 이후의 무순한 텍스트와 교차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작업을 통칭. 출판사 은행나무 블로그에서 발췌)

으례 비극이란 것들이 배부분 그러하듯, 그 단추는 당사자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부터 끼워지고 있었다. 아니, 그 시작을 말하는 것조차 우스꽝스럽다 하겠다. 왜냐하면 도미노는 먼 옛날부터 계속해서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르마 폴리스. p56

어쩌면 저자는 책 속의 한구절을 통해서 소설에 대한 자신의 의도와 소설 내용을 모두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상호텍스트성이라는 도미노와 빈민굴 아파트 붕괴의 도미노...

다만 당사자인 독자인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고전의 패러디와 오마주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라고 해야할까?

난 문장 중 숫자가 씌여져있지 않다면 아무 것도 모르고 넘어갔을 터이니...

역사와 철학을 넘나들며 신출귀몰 종횡무진 이리뛰고 저리뛰며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겠지만 그 매력을 느끼고, 감탄과 공감을 하기에는 내 인문 소양의 깊이가 한없이 투명에 가까워서... ㅠㅠ

그녀의 치료 시도가 실패할 때마다 어두워지기는 커녕, 더욱 맑고 또렷해졌고, 여느 관념보다 또렷한 실상을 갖고 있었으며, 그 자체로 이보다 참된 것도 없고, 이만큼 오류의 의혹이 발견되지 않는 것도 없었다. (p31)

양치 개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자들의 구취와 술이 덜 깬 채 일터로 향하는 취객들의 술내, 암내, 트림, 땀내, 발꼬랑내 그리고 내시경이 시급해 보이는 방귀냄새까지 뒤섞인 악취에... (p48)

하지만...

"독자를 끌고 가서 기어코 끝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의 완력을 보여준다." (2015년 한경신춘문예 소설가 정유정 심사평 중에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정유정 작가가 저자를 평한 내용이란다. 흠... 동감...

패러디와 오마주는 모르겠지만 저녁먹고 읽기 시작해서 한번에 쭈욱 읽어버렸다는... 368페이지도 금방이더라는... 저 정도의 길게 쉼표가 다다닥 이어지는 표현을 아주 능청스럽게(?)하는 작가가 그리 많지도 않다. ㅎ

업 (karma) :

몸[身]·입[口]·뜻[意]으로 짓는 말과 동작과 생각, 그리고 그 인과를 의미함.

업은 짓는다는 뜻이다.

정신으로 생각하는 작용인 의념(意念)이 뜻을 결정하고 선악을 짓게 하여 업이 생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Karma police...

업의 도시...

비뫼시市...

살아간다는 것... 업을 짓는다는 것... 서로의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

그것이 도미노가 아닐까? 싶다....

결국 그것이 인간 세상아닐까? 소년 '42'도 이런 인간 세상으로 나오는 것일게다... 이제 자유니까...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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