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게보단 벅차게 - 전역 후 나 홀로 세계 일주
우승제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노년이 되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제일 먼저 씌여지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자 세계 일주라고 하더라.

젊은 시절 운이 좋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그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이 많다면 '운이 좋은' 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겠지.

생계에 쫓기듯 살아오다 이제 정년 이후의 노년을 맞아 원하는 것이 세계 여행이라고 하면 그동안의 수고와 애씀에 대해 스스로 좋은 상을 주는 것이리라... 잘했어 쓰담쓰담... ㅎ

그런데 이 좋다는 것을 23살의 나이로, 본인 표현에 따르면 정말 준비도 제대로 못했음에도 옆집 놀러가듯 실행에 옮긴 이가 자신의 여행기를 엮어서 책으로 냈단다. (시작을 함께 해주는 출판사 칭찬합니다... ㅎ...)

여행기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대개의 책들이 이런 구성을 하나 의구심이 들었다는 것이 첫 감상이다.

일단 여행 순서에 맞추어서 글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게다가 세계 일주와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두가지 여행 아니 경험이 뒤섞여 있어서 정신차리고 보지 않으면 어느 쪽인지 헷갈릴 수 도 있겠다.

게다가 앞부분에서는 저자가 전문적이거나 책을 많이 낸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투박함도 엿보인다.

여행기인데 거쳐간 곳의 감상이 많이 없네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영국은 그냥 거쳐가는 곳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05일에 걸친 세계 여행과 10개월 간의 워킹홀리데이의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글쓰기도 능숙해지고 이야기꺼리도 늘어나고 있는 그야말로 글쓰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라는 생각이 책을 덮는 순간 든다.

어느 날 외로움이 극에 치닫던 날 나는 무작정 아시안 마트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샀다.

물론 같이 마실 사람은 없었지만.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나 자신이 젠가처럼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혼자하는 여행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겠다. 특히 아는 사람 하나없는 타국으로의 여행은... 그래도 버텨낸 저자가 대견스럽다. 그래서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이겠지... (책 182페이지)

여행이라는 것 자체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장소 등등을 화려하게 표현하고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이 여행기는 조금 다르다.

유명 여행지의 사진도 그다지 많지않다. 뭐가 좋다 뭐가 멋있다... 그런 표현도 별로 없다.

이 책은 '한국'편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여행을 통해 읽는 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편에서 저자는 자신의 여행과 관련하여 질문을 받은 몇가지를 말한다. 그 중에서 내게 인상깊은 것을 정리하면...

저자는 로마에 가서 지갑을 소매치기당했다고 한다. 현금은 별로 없었지만 카드 분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카드 재발급을 신청해서 한달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 상황이니 각종 예약 (숙소, 교통 등)에 대한 불편과 곤란은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때, 저자는 한국인을 만나면 은행 어플로 계좌 이체를 하고, 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요즘 이제서야 난 은행 어플을 설치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서툴다.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의 절실함이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는구나 싶다. 나이들었다고 새로운 기기에 대해 거부하고 무시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이 세상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또 한번 느낀다.

요즘 아버지, 어머니도 나보다도 더 좋은 스마트폰으로 바꾸셨다. 처음에는 '이런 걸 뭐...'하시더니 손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시면서 배우신다. 최근엔 어머니가 내게 사진 편집을 가르쳐주셨다. 배워야 한다. 정말....

저자는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기 전 일을 해서 경비를 모았다고 한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난 후 250여만원을 들고 출발했단다. 하지만 이런 저런 도움과 부모님의 송금을 필요로 했고, 결국 470여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중 식비가 85만여원... 식비는 20%도 차지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하루 한끼, 어쩔 땐 한끼도 못먹었다고 한다. 식도락을 즐기기 위한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는 여행이 정말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 부분이다.

정말 속된 표현으로 여행 잘 즐기고와서 병원비가 더 들어갈 것 같다는...

저자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니... 최선은 취사가 가능한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라고...

여행은? 좋은 것...

여행은 대단한가? NO...

그럼? 여행은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는 정말 대단...

돈을 잘 쓰는 것에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에 사용하라고 했던가...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에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이다...) 무엇을 가졌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가 더 중요할 터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는 누구나가 부러워할 그런 것이리라...

여행은 꼭 가야하는가? NO...

저자는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세계 여행은 꼭 가야하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NO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ㅎ)이겠지만 여행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멀리가야만 여행이 아니니깐...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이란 결국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에 몇일 자다가 오는 것이라고...

하룻밤 안자고 와도 어떤가? 내가 간 그 곳에서 그냥 멍하니 있다가만 오더라도 어떤가? 그것이 여행이고, 그것이 내 마음의 관리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일터인데...



모로코의 밤하늘인 듯 싶다. 나도 항상 가고 싶어하는 곳이 쏟아질 정도로 무수히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릴 적 (진짜 오래 전이군... 어릴 적이라... 내 중학생 시절...ㅋ) 밤하늘의 별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새벽 두시 나혼자 별보러 다녀오겠다고 하면 쫓겨날 지도 모른다... 지금은 몸사려야할 시기다. 좀더 나이가 들면 아내나 아이들이 나몰라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외국어도 못하고 용기도 없어 낯선 곳 특히 외국 나가는 건 무섭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제약을 많이 받는 요즘이지만 주말에 가족들과 가까운 국내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이런 책을 읽고서 이 정도의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아니다... 모두가 다 똑같을 수는 없으니... ㅎ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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