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군주론 (양장)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이시연 옮김 / 더스토리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군주론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으로서, 자기 이름으로 된 이론, ‘마키아벨리즘을 남길 만큼 탁월한 정치이론가이다. 그의 저서로는 자신의 복직을 간절히 원하며 새 군주에게 바친 군주론을 비롯해서 로마사론, 피렌체사등이 있다. 그의 저서 군주론서울대 권장도서 100에 들어갈 만큼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나는 이번에는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재독을 했다. 군주론은 군주의 통치 기술을 다루고 있는 근대정치학의 고전, 처세술의 교과서 또는 성직자들로부터 악마의 책으로 불리며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낳았고, 숱한 오해를 받았다. 그 이유는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용어가 사리사욕을 교활하게 추구하는 것’, 즉 권모술수를 주장해 비난을 샀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1949~1527)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1948년 피렌체 정청의 서기관으로 임명되었으며 외교 사절로 여러 국가를 순방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뛰어난 지도자을 만나게 되었다. 특히 그 가운데 특히 체사레 보르자는 군주론의 군주상의 모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는 권력 투쟁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그 당시 피렌체도 정치적으로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은 통치자들을 조언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은 책자로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상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1~11)은 군주국의 종류, 군주권의 획득과 유지 방법, 두 번째 부분(12~14)은 자국 군대의 필요성을 비롯한 군대 문제에 관한 군사론, 세 번째 부분(15~23)은 군주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그 처신에 관한 조언으로 통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부분(24~26)은 이탈리아의 위기적 상황의 원인과 이탈리아의 해방과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을 논하고 있다.

 

군주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히 핵심적인 개념인 비르투(vitrú)’를 이해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비르투(vitrú)’는 인간의 덕과 역량을 포괄한 개념으로, 그리스 철학의 아레테와 로마의 비르투스개념에서 유래했다. 비르투는 특히 포르투나(fortuna)’에 대항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강조된다. 여기에 마키아벨리의 다름과 같은 유명한 명언이 등장한다.

 

이처럼 운명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비해 인간은 자신의 방식으로만 행동하려는 듯 유연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운명과 인간의 방법이 조화를 이루면 성공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신중한 행동보다는 과감한 행동이 더 낫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운명은 여성이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그 여성을 손아귀에 넣고 싶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사람보다는 과감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더욱 매력을 느낍니다. 말하자면 운명은 언제나 젊은 청년들에게 이끌리는데, 왜냐하면 청년들은 그다시 신중하지도 않고 보다 공격적이며 그녀를 더욱 대담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페스트

 

전염병과 관련된 고전문학으로 흑사병이 만연해 있던 피렌체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별장에서 10일간 100편의 이야기를 담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기 위해 519개월 4일을 기다린 한 남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뮈는 프랑스 이민자 3세대로 알제리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서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이방인을 발표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며, 역대 두 번째 최연소자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마흔일곱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돌연 죽음을 맞이한 신화와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부조리에서 출발하여 반항을 거쳐 사랑에 이르는 카뮈의 미완성의 삶의 여정인 것이다. 부조리의 작가, 카뮈는 47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소설가이자 극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이자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연극 연출가이자 심지어 배우로도 활동을 했다. 이런 그의 모든 활동의 저변에는 세계의 부조리성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카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개인의 자유와 행복과 투쟁의 이야기인 이방인, 카뮈 문학과 삶의 정점으로서, 전쟁 경험의 결산이자 부조리 철학의 심화라는 특징을 지닌 페스트, 부조리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시시포스의 신화등이 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인데, 페스트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어보면 오랑시의 시민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재앙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잴 수 없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비현실적인 것, 즉 곧 사라지고 말 악몽으로 여긴다. 하지만 재앙은 사라지지 않으며,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바로 사람들인데, 선두에 인간주의자들이 서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재앙에 주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크지 않았고 겸손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들은 그저 아직 모든 것이 자기들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계속 사업을 했고, 여행을 준비했으며, 각자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미래, 이동, 협상 등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페스트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지만, 재앙이 있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p54

 

페스트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94×년 알제리 해변가에 있는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하여 의사 페스트를 선고하면서 타지역과 완전히 차단된다. 도시의 폐쇄로 가족과 이웃이 분리되어 자유가 없어지고, 오랑에 남은 사람들은 제각기 페스트에 대항하여 죽음에 대응하기 시작한다. 페스트를 읽어나가는 동안, 우리는 페스트를 통해 고립된 등장인물이 삶의 허무함을 극복하려는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먼저 중심인물들의 페스트에 맞서는 태도를 알아야 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로 주인공이자 화자인 의사 리외, 지식인으로서 항상 수첩에 페스트의 상황을 기록을 하는 인물 타루, 이 페스트라는 재앙이 사악한 자들에게 신이 내린 징벌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아랍인들의 생활상을 취재하러 오랑에 왔다가 페스트로 인해 갇히고 만 신문기자 랑베르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재앙을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볼 수 있다.

 

더스토리에서 출간된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보자. 전염병이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처하는 그들의 태도를 통해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보자. 올 한해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 해도 언젠가 또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올 수 있으며, 또다시 지옥과 같은 생활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페스트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페스트 간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어서, , 지하실, 짐 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그것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낼 날이 분명 오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p4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의 저자는 니체와 장자 사이에 서양과 동양이라는 공간적 차이와 2,000년이 넘는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신세계의 일란성쌍둥이라고 말한다. 니체 철학의 니힐리즘·위버멘쉬(초인)·영원회귀와 장자의 무無·진인眞人·만물의 순환이 바로 서로 교차하는 곳이다.

먼저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서는 특히 니체와 장자의 공통분모인 ‘니힐리즘(Nihilism)’, 즉 허무주의라는 코드로 둘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니체 철학과 장자 철학이 가장 깊이 공유하고 있는 사유가 바로 니힐리즘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허무주의 문제의식 속에서 가치의 전환을 도모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니체가 강조하는 허무주의는 ‘능동적 허무주의’다. 따라서 인간을 억압하는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리려 하지만, 적극적으로 파괴하지 못하는 ‘수동적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려고 한다. 니체와 장자가 택한 쪽이 바로 가치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힘을 상승시키는 능동적 허무주의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로 니체의 ‘위버멘쉬’와 장자의 ‘진인’에 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니체의 저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위버멘쉬’ 와 그 반대 개념인 ‘인간말종’에 대해 언급한다. 위버멘쉬는 ‘힘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극복을 위해 기존의 모든 관습과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게 된 존재다. 반면 인간말종은 대지에 기생하는 벼룩으로, 자신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는 시시한 존재다. 《장자》에도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소부, 중인, 서인 등으로 표현되는 일상적 인간과 성인, 지인, 진인, 신인, 전인으로 표현되는 이상적 인간이다. 결국 니체에 의하면 최악의 적은 극복되어야만 하는 기존의 자기 자신인 것이다. 즉 인간은 경멸의 대상일뿐이고 “극복되어 할 그 무엇”인 것이다. 한편 장자의 진인도 평범한 인간 이후의 새로운 인간을 의미하며, 협소한 세속의 가치를 뛰어넘어 천지 대자연과 하나가 될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에 관한 니체와 장자의 철학을 살펴보겠다. 니체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삶이 더욱 가치 있어진다.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로 인해 순간순간이 더 소중하고 귀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장자는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함과 동시에, 삶에 대해서도 결코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니체에 의하면,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생겨나거 또한 영원히 철거된다. 장자에게도 처음과 끝은 마치 둥근 고리와도 같이 순환하고, 만물의 변화는 예로부터 영원히 진행한다. 즉 니체와 장자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근원적 힘과 그 힘의 원인과 결과 간의 무한 순환을 중시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니체의 철학과 장자의 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있어야 더 깊이 있는 음미가 가능하다. 사실 니체가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장자의 철학과 많은 부분에서 일맥상통한 점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니체와 장자의 철학에 차이점도 있다. 예를 들면 ‘위험하게 살기’를 강조한 니체와 달리, 장자는 ‘순응하여 살기’를 내세운다. 니체에 따르면, 위험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창조를 솟아오르게 하는 것은 늘 내적 모순, 두 극단 사이의 긴장, 경쟁, 대립된 갈망이다. 그러나 장자에 의하면 우리는 사회적 인간관계로 인한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마치 묶여놓지 않은 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마음을 텅 비워 놓고” 유유히 놀아야만 한다. 장자가 강요하는 건 어떤 격정이 아니라 고요함이다.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허무한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를 꼭 읽어보자. 특히 이 책은 각각의 주제별로 두 철학자의 아포리즘을 한 페이지에 대비 시켜 놓고 있어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강 머리 앤, 행복은 내 안에 있어 - 매일매일 행복을 꿈꾸는 우리에게
조유미 지음,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 원화 그림 / 더모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강 머리 앤, 행복은 내 안에 있어

 

빨강 머리 앤, 행복은 내 안에 있어빨강 머리 앤TV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삽화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에서 발췌한 인상적 문장들을 인용해서 쓴 에세이다. 빨강 머리 앤"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라는 주제곡으로 유명한 TV 애니메이션 원화가 삽화로 들어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봤던 그 만화 영화를 다시 보는 듯했다. 프린스에드웨드 섬의 작은 시골 마을 에어번리에 사는 매슈 커스버트와 마릴라 커스버트 남매와 열한 살의 고아 소녀인 앤 셜 리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작품이다. 마차는 향긋한 전나무 터널도 지나고, 야생 자두나무 꽃이 말갛게 핀 골짜기도 달렸다. 사과밭에서 날아든 꽃향기로 공기는 달콤했고, 푸른 들판이 저 멀리 진줏빛과 자줏빛 안개가 피어오르는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었다. 몇 년 전 예순 살의 매슈 아저씨와 열한 살의 고아 소녀 앤 셜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만났다. 너무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살아와서 엄마라고 부르면 그 기분이 정말 어떤지 모르는 앤이었기에, 초록 지붕 집에서의 삶을 선물로 준 그 친아빠와 같았던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앤의 슬픔을 고스라니 느낄 수 있었다.

 

앤은 간절한 희망이나 계획이 무산되면 고통의 나락으로 거꾸러졌고, 반대로 기대가 이루어지면 아찔한 환희의 왕국으로 날아올랐다.” p 120

 

인생은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점으로 연결된 하나의 선이라고 할 수 있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현실의 사건들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빨강 머리 앤은 우리에게 순간의 감정에 연연했었다. 이 책의 저자도 다음과 같이 감정에 올인하지 말 것을 충고해 주고 있다.

 

이렇게 인생에 찾아오는 순간의 점들에 마음을 다치지 않는 방법은, 순간순간 찾아오는 상황에 내 감정을 올인하지 않는 것이다. 기쁜 일이 찾아와도 너무 기뻐하지 않고, 슬픈 일이 찾아와도 너무 슬퍼하지 않는 것이다. 기쁜 일이 찾아왔을 때 너무 기뻐하면 이 기쁨을 잃기 싫어서 아등바등하게 된다. , 조그마한 슬픈 일에도 마음이 곤두박질을 쳐서 상처를 크게 입는다. 그리고 슬픈 일이 찾아왔을 때 너무 슬퍼하면 우울의 늪에 빠져버린다. 나중에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행운을 믿지 못하게 된다. ‘얼마나 안 좋은 일이 생기려고 나에게 이런 기회가? 이런 분명히 행운이 아닐 거야라며 기쁜 일이 찾아와도 의심부터 하는 것이다.”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걸리버여행기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1726년도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험 여행기로, 흔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고 쓴 동화가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스위프트가 당시 정치 싸움이 심했던 영국 사회를 비판한 풍자소설이다. , 흥미롭고 환상적인 항해 이야기와 함께 당대의 부패와 탐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걸리버가 1부에서 릴리펏(소인국)으로, 2부에서 브롭딩낵(거인국)으로, 3부에서 라퓨타와 일본 등으로, 4부에서 후이늠국(말의 나라)로 가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감추어진 교훈은 무엇일까? 걸리버는 마지막 말의 나라인 후이늠국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고결한 후이늠들은 보편적으로 모든 미덕을 갖추고자 하는 선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성적인 동물에게서 사악한 면이 드러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들의 주된 격언은 이성을 함양하고 전적으로 이성의 지시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이성은 우리처럼 어떤 문제의 양쪽에서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문제적 인식이 아니라, 즉각 확신이 들 정도로 알고 또 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감정이나 이해관계로 뒤범벅되고, 그로 인해 깨달음이 모호해지거나 퇴색되지 않는 확고한 이성이었다.” p327

 

조너선 스위프트의 당대 정치적 사회적 불만은 극도로 인간을 혐오하는 유죄 판결에 이른다. 사실 저자가 고발한 당대의 많은 부분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이성으로 통치하는 말의 나라처럼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인간을 닮은 야후라는 추악한 동물들로 인해 우리는 그 사회를 얼마나 혐오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는가? 그러나 고향에 돌아간 후에도 자기 가족마저도 증오, 역겨움, 경멸로 가득 차, 마구간에 들어가서 말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했던 걸리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내 말들은 나를 잘 이해한다. 나는 매일 그들과 적어도 네 시간을 대화한다. 그들은 굴레나 안장 같은 건 모른다. 그들은 나와 무척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으며, 서로 우정도 나누고 있다.” p354

 

저자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말하고 있는 극단적인 인간 증오는 반대로 생각하면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자는 열정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관계가 아닌가?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순수한 인간증오에서, 고귀한 혈통의 말들이 이성과 미덕으로 통치하는 우화의 나라를 창안하고, 바로 이 나라에서 인간의 추악한 냄새가 나는 동물로 묘사했다면, 조금뿐인 이성의 빛을 고작 범죄와 이기주의를 위해 쓰는 동물로 묘사했다면, 인간의 공동체, 질서, 이성, 형제애라는 목적들을 모조리 말들의 나라로 넘겨주고는 그들에 비해 인간의 특성을 부끄러운 치욕으로 여겼다면, 이런 환상적 표상 속에 얼마나 많은 인간애가,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은밀히 불타는 염려가 들어 있는 것인가! 그렇다, 걸리버 여행기의 이 마지막 권이야 말로, 유명하면서도 악명 높은 이 사나운 인간증오의 기록이야말로 비록 도착된 것이긴 해도 아주 열렬한 사랑인 것이다!”

 

#책속으로

 

p54 지난 70개월 동안 이 제국에는 두 개의 서로 싸우는 파당이 있어 왔다. 그 두 당파의 이름은 트라멕산과 슬라멕산인데, 그들이 신는 구두굽이 높은 굽이냐 혹은 낮은 굽이냐에 따라 그런 이름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들은 그런 특징으로 상대방과 자신을 구분했다. () 두 당파 사이의 적개심은 너무도 치열하여 그들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같이 말을 하지도 않는다.

 

p55 우리가 달걀을 먹기 전에 그것을 깨트리는 방식으로 위쪽의 넓은 부분을 깨서 먹는 방식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현 폐하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된 방식으로 그것을 깨다가 그만 손가락 하나를 베고 말았다. 그러자 황자의 아버지인 황제가 모든 신민들은 달걀의 밑 부분, 즉 갸름한 부분을 깨어서 먹어야 한다는 칙령을 내렸고 이에 불응할 경우 엄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우리의 역사서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칙령에 크게 분개했고 그리하여 이 문제로 여섯 건의 반란이 발생했다. 그 결과, 한 황제가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황제는 황위를 잃었다.

 

 

p104 이렇게 마음이 크게 동요한 상태였지만 릴리펏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주민들은 나를 산악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이 세상에 일찍이 나타난 적이 없는 가장 경이로운 존재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는 제국의 함대를 한 손으로 틀어쥘 수 있었고 그 제국의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다. ()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내가 한 명의 릴리펏 사람이 되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니 나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p105 철학자들은 그 자체로 크거나 작은 것은 없으며 비교에 의해서 그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맞는 말이다. 만약 릴리펏 사람이 초소인국에 가게 된다면 그건 운명의 여신을 즐겁게 할지 모른다. 초소인국에서 릴리펏 사람은 거인으로 보일 것이다.

 

p296 야후만이 이성을 갖춘 나라가 있을 수 있다면 분명 그가 지배 동물일 수밖에 없겠지. 이성은 늘 때가 되면 야만적인 힘을 이기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야후의 체격, 특히 그대의 체격을 보면 그런 체격으로 일상적인 일을 해 나가는 데 이성을 발휘하기란 무척 어려워 보이는군.

 

 

#걸리버여행기 #조너선스위프트 #현대지성 #고전문학 #문학 #소설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장작가의인문학살롱 #고전 #독서 #리뷰 #독서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