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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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여행기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1726년도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험 여행기로, 흔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고 쓴 동화가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스위프트가 당시 정치 싸움이 심했던 영국 사회를 비판한 풍자소설이다. , 흥미롭고 환상적인 항해 이야기와 함께 당대의 부패와 탐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걸리버가 1부에서 릴리펏(소인국)으로, 2부에서 브롭딩낵(거인국)으로, 3부에서 라퓨타와 일본 등으로, 4부에서 후이늠국(말의 나라)로 가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감추어진 교훈은 무엇일까? 걸리버는 마지막 말의 나라인 후이늠국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고결한 후이늠들은 보편적으로 모든 미덕을 갖추고자 하는 선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성적인 동물에게서 사악한 면이 드러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들의 주된 격언은 이성을 함양하고 전적으로 이성의 지시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이성은 우리처럼 어떤 문제의 양쪽에서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문제적 인식이 아니라, 즉각 확신이 들 정도로 알고 또 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감정이나 이해관계로 뒤범벅되고, 그로 인해 깨달음이 모호해지거나 퇴색되지 않는 확고한 이성이었다.” p327

 

조너선 스위프트의 당대 정치적 사회적 불만은 극도로 인간을 혐오하는 유죄 판결에 이른다. 사실 저자가 고발한 당대의 많은 부분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이성으로 통치하는 말의 나라처럼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인간을 닮은 야후라는 추악한 동물들로 인해 우리는 그 사회를 얼마나 혐오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는가? 그러나 고향에 돌아간 후에도 자기 가족마저도 증오, 역겨움, 경멸로 가득 차, 마구간에 들어가서 말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했던 걸리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내 말들은 나를 잘 이해한다. 나는 매일 그들과 적어도 네 시간을 대화한다. 그들은 굴레나 안장 같은 건 모른다. 그들은 나와 무척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으며, 서로 우정도 나누고 있다.” p354

 

저자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말하고 있는 극단적인 인간 증오는 반대로 생각하면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자는 열정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관계가 아닌가?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순수한 인간증오에서, 고귀한 혈통의 말들이 이성과 미덕으로 통치하는 우화의 나라를 창안하고, 바로 이 나라에서 인간의 추악한 냄새가 나는 동물로 묘사했다면, 조금뿐인 이성의 빛을 고작 범죄와 이기주의를 위해 쓰는 동물로 묘사했다면, 인간의 공동체, 질서, 이성, 형제애라는 목적들을 모조리 말들의 나라로 넘겨주고는 그들에 비해 인간의 특성을 부끄러운 치욕으로 여겼다면, 이런 환상적 표상 속에 얼마나 많은 인간애가,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은밀히 불타는 염려가 들어 있는 것인가! 그렇다, 걸리버 여행기의 이 마지막 권이야 말로, 유명하면서도 악명 높은 이 사나운 인간증오의 기록이야말로 비록 도착된 것이긴 해도 아주 열렬한 사랑인 것이다!”

 

#책속으로

 

p54 지난 70개월 동안 이 제국에는 두 개의 서로 싸우는 파당이 있어 왔다. 그 두 당파의 이름은 트라멕산과 슬라멕산인데, 그들이 신는 구두굽이 높은 굽이냐 혹은 낮은 굽이냐에 따라 그런 이름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들은 그런 특징으로 상대방과 자신을 구분했다. () 두 당파 사이의 적개심은 너무도 치열하여 그들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같이 말을 하지도 않는다.

 

p55 우리가 달걀을 먹기 전에 그것을 깨트리는 방식으로 위쪽의 넓은 부분을 깨서 먹는 방식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현 폐하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된 방식으로 그것을 깨다가 그만 손가락 하나를 베고 말았다. 그러자 황자의 아버지인 황제가 모든 신민들은 달걀의 밑 부분, 즉 갸름한 부분을 깨어서 먹어야 한다는 칙령을 내렸고 이에 불응할 경우 엄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우리의 역사서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칙령에 크게 분개했고 그리하여 이 문제로 여섯 건의 반란이 발생했다. 그 결과, 한 황제가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황제는 황위를 잃었다.

 

 

p104 이렇게 마음이 크게 동요한 상태였지만 릴리펏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주민들은 나를 산악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이 세상에 일찍이 나타난 적이 없는 가장 경이로운 존재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는 제국의 함대를 한 손으로 틀어쥘 수 있었고 그 제국의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다. ()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내가 한 명의 릴리펏 사람이 되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니 나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p105 철학자들은 그 자체로 크거나 작은 것은 없으며 비교에 의해서 그런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맞는 말이다. 만약 릴리펏 사람이 초소인국에 가게 된다면 그건 운명의 여신을 즐겁게 할지 모른다. 초소인국에서 릴리펏 사람은 거인으로 보일 것이다.

 

p296 야후만이 이성을 갖춘 나라가 있을 수 있다면 분명 그가 지배 동물일 수밖에 없겠지. 이성은 늘 때가 되면 야만적인 힘을 이기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야후의 체격, 특히 그대의 체격을 보면 그런 체격으로 일상적인 일을 해 나가는 데 이성을 발휘하기란 무척 어려워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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