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페스트

 

전염병과 관련된 고전문학으로 흑사병이 만연해 있던 피렌체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별장에서 10일간 100편의 이야기를 담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기 위해 519개월 4일을 기다린 한 남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뮈는 프랑스 이민자 3세대로 알제리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서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이방인을 발표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며, 역대 두 번째 최연소자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마흔일곱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돌연 죽음을 맞이한 신화와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부조리에서 출발하여 반항을 거쳐 사랑에 이르는 카뮈의 미완성의 삶의 여정인 것이다. 부조리의 작가, 카뮈는 47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소설가이자 극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이자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연극 연출가이자 심지어 배우로도 활동을 했다. 이런 그의 모든 활동의 저변에는 세계의 부조리성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카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개인의 자유와 행복과 투쟁의 이야기인 이방인, 카뮈 문학과 삶의 정점으로서, 전쟁 경험의 결산이자 부조리 철학의 심화라는 특징을 지닌 페스트, 부조리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시시포스의 신화등이 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인데, 페스트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어보면 오랑시의 시민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재앙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잴 수 없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비현실적인 것, 즉 곧 사라지고 말 악몽으로 여긴다. 하지만 재앙은 사라지지 않으며,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바로 사람들인데, 선두에 인간주의자들이 서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재앙에 주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크지 않았고 겸손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들은 그저 아직 모든 것이 자기들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계속 사업을 했고, 여행을 준비했으며, 각자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미래, 이동, 협상 등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페스트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지만, 재앙이 있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p54

 

페스트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94×년 알제리 해변가에 있는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하여 의사 페스트를 선고하면서 타지역과 완전히 차단된다. 도시의 폐쇄로 가족과 이웃이 분리되어 자유가 없어지고, 오랑에 남은 사람들은 제각기 페스트에 대항하여 죽음에 대응하기 시작한다. 페스트를 읽어나가는 동안, 우리는 페스트를 통해 고립된 등장인물이 삶의 허무함을 극복하려는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먼저 중심인물들의 페스트에 맞서는 태도를 알아야 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로 주인공이자 화자인 의사 리외, 지식인으로서 항상 수첩에 페스트의 상황을 기록을 하는 인물 타루, 이 페스트라는 재앙이 사악한 자들에게 신이 내린 징벌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아랍인들의 생활상을 취재하러 오랑에 왔다가 페스트로 인해 갇히고 만 신문기자 랑베르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재앙을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볼 수 있다.

 

더스토리에서 출간된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보자. 전염병이라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처하는 그들의 태도를 통해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보자. 올 한해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 해도 언젠가 또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올 수 있으며, 또다시 지옥과 같은 생활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페스트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페스트 간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어서, , 지하실, 짐 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그것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낼 날이 분명 오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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