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의 <7번 국도 REVISITED>중에서...
˝길들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그게 길들이 확장하는 방식이다. 길들은 도서관에 꽃힌 책들과 같다.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이 세계의 지평을 한없이 넓힌다. 길들 위에서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자 했다. 길들이 책들과 같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만나리라. 처음에는 다른 세계를 향한 열망이 훨씬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길들 자체에 매혹됐다. 그저 읽고 또 읽는 일만이 중요할 뿐인 독서가처럼, 거기서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걷고 또 걷는 일만이 내겐 중요했다. 그리아여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복수하기 위해 사랑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ㅇ르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 희망은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복수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운명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며, 당신이 다시 복수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오직 맹목적일 것이다.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