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객의 노하우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고 오직 걸으면서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산보객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뜻밖의 사소한 발견에서 즐거움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지나치던 어느 집 창문 베란다에 놓인 제라늄 화분이나 오래된 담벽의 이끼가 그리는 알 수 없는 무늬에 눈길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산보객은 지식이나 교훈보다는 체험과 느낌을 찾는 사람들이다. 산보객은 무슨 엄청난 발견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며 예상치 못한 발견이 제공하는 신선함과 경이로움을 통해 스스로가 새로워지는 느낌을 갖는 사람이다. 살짝 열어놓은 대문 사이로 보이는 숨어 있는 정원, 돌 벽의 신비한 무늬, 오래된 건물의 높은 벽에 남아있는 희미해진 광고, 새로운 길 이름, 지하철역 이름, 어떤 이가 살았던 집임을 알리는 석판 하나하나가 즐거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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