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 전체를 발로 걸으면서, 파리의 역사적 유래와 흔적을 기록한 에릭 아장의 저서 『파리의 발명의 부제 "헛걸음은 없다 Il n‘y a pas de pas perdu"라는 문장을 혼자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한다.
사실, 파리에서는 아무 데나 걸어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걸으면 발견한다. 시인 말라르메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한 권의 ‘절대적 책Le Livre‘으로 귀결되게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파리라는 거대한 책은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고 사람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삶의 공간이다. 그러기에 파리는 직접 자기 발로 걸어보아야 알 수 있는 도시다. 똑같은 파리라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보는 파리와 발로 걸어 다니면서 보는 파리는 크게 다르다. 파리를 걷다 보면 도처에서 문화와 예술, 종교와 철학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 p.24

그러므로 땅은 언어에 앞선다. 언어 이전에 땅이 있다. 오전 시간을 책상 앞에서 글쓰기로 보낸 나는 오후가 되면 대문을 박차고 나와 파리 시내 곳곳을 배회한다. 그래서 파리는 나에게 일상의 다양한 모험을 허락하는 약속의 땅이 된다.-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