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 전체를 발로 걸으면서, 파리의 역사적 유래와 흔적을 기록한 에릭 아장의 저서 『파리의 발명의 부제 "헛걸음은 없다 Il n‘y a pas de pas perdu"라는 문장을 혼자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한다.
사실, 파리에서는 아무 데나 걸어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걸으면 발견한다. 시인 말라르메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한 권의 ‘절대적 책Le Livre‘으로 귀결되게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파리라는 거대한 책은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고 사람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삶의 공간이다. 그러기에 파리는 직접 자기 발로 걸어보아야 알 수 있는 도시다. 똑같은 파리라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보는 파리와 발로 걸어 다니면서 보는 파리는 크게 다르다. 파리를 걷다 보면 도처에서 문화와 예술, 종교와 철학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