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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 흑치상지
신규식 지음 / 산마루 / 2012년 10월
평점 :
지나간 역사에 미련을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사란 인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화석이랄까 화석을 보면서 애달파하거나 눈물을 흘릴 이유는 없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갈래길 중에 하나를 선택에서 얻은 결과일 뿐이다. 백제의 멸망도 그런 선택 중에 하나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만약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덧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역사를 지나간 흔적이라고 뒷전으로 팽개쳐도 안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쉬운 우리 역사를 살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흘러간 역사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 역사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우리의 슬픈 역사를 살펴본다면 백제와 고구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외세에 힘 앞에 무너져간 우리 역사가 이 둘뿐이겠냐 만은 이 두 역사는 참으로 서글프다.
백제의 맹장 흑치상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름 역사서를 좋아한다는 나였는데 지금까지 헛것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삼국시대의 마지막으로 삼국의 기류가 만만치 않게 치닫고 있을 무렵으로 떠나볼 수 있다. 신라는 당나라를 끌어들여 나당연합군으로 백제로 쳐들어간다. 이에 백제는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허망하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불세출의 출중한 인물들은 다 사라자고 의자왕 주변에는 간신배나 일신의 영달만 생각하는 인물들로 넘쳐나게 된다. 이런 백제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패망한 나라의 왕은 허망하게 씁쓸히 눈을 감는다. 이것이 백제의 마지막 비운의 모습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백제의 의자왕이 되어보았다. 또 전쟁터의 이름없는 병사가 되어보기도 한다.
나라는 망했어도 살아남은 자들은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흑치상지 또한 새로운 삶을 선택해야 했다. 망한 나라의 장수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은 뻔하다. 나라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나라의 입장에서 생각한 인간에 대한 감정이입이 없는 상투적인 말일 뿐이다. 만약 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죽고 사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흑치상지는 백제의 부활을 꿈꾸며 부흥운동을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당나라 장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반도에서 민족간의 피를 흘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싫어서 저 멀리 당나라 변방으로 간다.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며 당나라에서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사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 역시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삶의 부질없음을 느낀다.
이 책은 흑치상지의 삶을 기록하기에는 덧없는 부족하다. 많은 부분이 급작스럽게 전개되어 감정 이입을 할 충분한 여유가 없다. 그의 삶을 쫓기듯이 정신없이 기록하였다. 그것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찬찬히 그의 삶 속을 파고들고 그가 느꼈을 만한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었으나 그렇질 못했다. 세태의 휘몰아치는 격랑 속에서 태어난 그는 삶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겪었고 타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그 속에는 백제에 대한 애달픈 한이 서려있다. 끝내 이국만리 타향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지만 그 혼은 백제 땅을 유랑하리라 믿는다.
그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우리 모습을 투영해본다. 대선정국이라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과연 누가 국민들을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 인물일까? 세치 혀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사람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받들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