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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이펙트 - 인류 탄생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ㅣ 10 그레이트 이펙트 1
재닛 브라운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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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명의 기원을 찾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류의 탄생 기원을 찾아 발전과정과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 끊어진 고리를 맞추는 일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매력적인 작업이다. 다윈이 이런 물음에 대중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다윈이 살던 그 시절로 잠시 눈을 감고 빠져들어 보자. 다윈은 모든 생명은 신이 창조한다고 굳게 믿던 시절에 생명체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물론 빅토리아 시대의 개방적인 시대상과 인식의 변화로 과학적 지식추구가 자유로워 중세시대처럼 종교적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그의 이론은 그 시대 일반적인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종교적인 신념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이론의 발표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윈이 진화론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많은 논쟁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다윈은 현재까지 진화론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선구적 발걸음의 다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종의 기원에 관한 내용보다는 다윈이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 쓰여졌다. 인간적인 고뇌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전반적인 상황을 개략적으로나마 판단할 수 있는 사건들을 서술하다 보니까 종의 기원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즘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메이킹필름을 만들듯이 이 책이 종의 기원 메이킹필름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론 그 시절에 집필된 책이 아닌 다윈 사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라 실질적인 내용을 모두 담아냈는지 의심은 들지만 부족하나마 그 시절의 다윈 주변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전에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 내용도 어렵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게 빽빽하게 쓰여진 글자에 지레 겁먹었다. 책 한 장 넘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 안의 내용은 참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이런 부류의 책들을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인지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윈에게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는 학문적 권위자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과연 내가 이 책(종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걱정거리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윈도 그의 이론을 위해 수 십 년간 연구하고 발표를 머뭇거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도 불확실성에 고뇌하는 나와 같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용기를 갖고 조만간 다시 한번 다윈의 종의 기원에 도전해 보려 한다. 그 때는 이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끼면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