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3
이즈미 교카 지음, 임태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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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높았다. 아주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작품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그들의 문화나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본문화를 접하는 시발점이 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은 우리와 많은 부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우리와는 또 다른 이질적인 문화가 많다. 이는 고립된 지리적 여건에서 나름의 방향으로 문화가 발전했으리라 생각된다. 세계 어느 문화에서나 등장하는 신화나 비현실적인 것들이 있지만 특히 고야산 스님에서 보여지는 몽환적 느낌의 토속적인 문화가 많은 부분에서 차지하며 곳곳에 얼버무려져 있는 것 같다.

 

고야산 스님을 읽다 보면은 어디선가 접해본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음산한 분위기와 사람을 온갖 짐승으로 변하게 한 여인을 통해 이런 느낌이 일본 책이구나 싶을 정도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주 짤막한 단편소설이지만 책에서 풍겨내는 분위기에 압도당해 쉼 없이 읽게 된다. 스님과 깊은 산이라는 묘한 어울림과 어여쁜 여자와 산속이라는 왠지 모르게 어울릴 듯 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에서 등장할 법한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산의 적막함이 스님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인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지만 하루 반나절의 시간전개는 일장춘몽과도 같이 흐르며 분위기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런 스님의 경험을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이 책 전반에 관한 줄거리다.

 

초롱불 노래 또한 일본 예인들의 단면을 보여준 소설이다. 출중한 노래실력을 갖춘 떠돌이 남자의 노랫가락은 여러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만 그 능력 때문에 사람이 죽고 그로 인해 떠돌이 삶을 살게 된다. 한 여자의 춤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리지만 그녀 역시 내재된 슬픔이 삶을 무겁게 만든다. 그들이 만드는 절정의 기예는 광적으로 비춰진다. 일반인들은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능력으로 사람들은 전율을 느끼게 하지만 그런 기예 때문에 삶이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춤에 심취한다는 것이 무서움과 동경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시골집 마루에 누워 할머니에게 옛날 얘기를 듯한 듯한 느낌이다. 포근하고 토속적이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깊다.

 

아마도 일본 전통의 느낌을 체험할 수 있는 소설이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두 소설은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그 속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압권이다. 몽환적 분위기와 미를 향한 절대적인 신봉은 이 두 소설이 품어내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대변할 수 있을까 싶다. 글재주가 부족하여 어떠한 표현으로 이 소설의 느낌을 전달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저 읽고 느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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