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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둘로 갈라진 날 책고래마을 45
이은선 지음 / 책고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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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둘로 갈라진 날은 같은 종의 동물들이 경계와 호기심의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로 시작합니다. 마주 보며 나뉘어진 두 무리의 동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전혀 다른 종이 아닌, 같은 종임을 알 수 있어요. 북극곰과 불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책의 첫 부분은 이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전 행복한 삶이 소개돼요.

나무들은 무성하고, 열매는 가득한 곳 아름다운 숲이 이들의 보금자리였어요. 하지만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면서 땅이 둘로 갈라지게 되지요. 갈라진 땅은 점점 멀어져갑니다. 서쪽과 동쪽은 각각 차갑고 뜨거운 날씨로 갈리게 됩니다. 극한 날씨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들의 모습은 점점 변해가지요.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반투명 종이로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둘로 나누어진 땅은 오랜 시간 후 다시 만나게 돼요. 그리고 동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발 앞으로 나가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지요. 그리고 이들은 서로가 같은 종족임을 알고 반가워합니다. 다시 한곳에 모인 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땅이 둘로 갈라진 날을 보며 자연의 변화에 따라 순응하며 살아온 동물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들의 삶은 자연 그대로였기에 갈라진 땅이 하나가 되어 사는 행운을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갈라진 곳에서 서로를 바라본 이들이 동물이 아닌, 우리 인간들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너무 많이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을 보고 탐색하기도 전에 공격부터 하지는 않을까요?

 

최근 들어 기후 이변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로 인해 급격하게 빨라진 지구 온난화는 지구 곳곳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지난 봄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 급수 위기까지 겪었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봄날에 때아닌 무더위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 했어요. 하지만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폭우로 인한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지요. 급격한 기후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을 무한정으로 여기고 마음껏 갖다가 쓰고 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이기, 기후 위기, 자연환경 등 여러 주제를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책 이야기 너머 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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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오이어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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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친절’에 ‘달콤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기 때문이다. 과한 친절, 그 이면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아홉 살 아들이 겉표지와 제목을 보며 “왠지 이 아저씨 나쁜 사람 같아. 달콤한 이라는 말이 속임수 같은 느낌이 들어. 유괴범 아닐까?”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한 효과일까? 조건 없는 타인의 친절은 의심부터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책은 그루밍범죄를 경험한 피해 아동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실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고 고슴도치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뾰족뾰족한 가시를 세우는 모습이 타인에 대한 경계인 동시에 가시 돋친 마음을 상징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없이 여리고, 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먼 곳으로 이사 온 고슴이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삭힌다. 깜깜한 밤 지친 아빠의 등과 한숨 섞인 목소리에 고슴이의 마음은 더 외롭고 답답하다.

외로운 고슴이에게 곱슬도치 아저씨가 등장한다. 뾰족뾰족한 가시 대신 부드러운 곱슬머리의 곱슬도치 아저씨는 멋진 겉모습을 하고 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사람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게다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고슴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한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다. 고슴이가 가장 의지해야 할 존재인 아빠에 대한 미움을 심는 말을 교묘하게 하며 아빠와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결국, 고슴이는 아빠보다 곱슬도치 아저씨를 의지하게 되고 그를 도와 농사일까지 한다. 곱슬도치 아저씨는 다정함 뒤에 숨긴 폭력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자신의 태도를 고슴이의 잘못으로 돌리는 끔찍한 정서적 학대를 저지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저씨가 화내는 덴 다 이유가 있겠지.

이 말이 너무 아팠다. 화내는 데는 이유가 없다. 그저 그 사람이 너무 나쁜 것이다. 피해자의 약한 마음을 악용하는 가해자를 생각하니 읽는 내내 마음에 분노가 솟구쳤다.

고슴이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힘들 땐 꾹 참지 말고 아빠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거라고, 그게 어린이의 권리이고 자녀의 특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무조건 타인을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범죄 예방접종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과 의무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루밍범죄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용기와 분별력, 그리고 전방위적인 사회의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그루밍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을 쓴 작가님과 한울림어린이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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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었다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7
허정윤 지음, 조원희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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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소녀가 보입니다. 꼭 움켜쥔 오른손이 매우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해요. 도대체 어떠한 까닭으로 누워있는 걸까요? 속표지 속 소년과 소녀 그리고 검은 강아지는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무엇인가를 바라봐요. 작은 불빛이 그들의 시선에 담겼고 곧 전쟁의 포탄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험난하고 슬픈 여정이 시작돼요.


조원희 그림 작가는 단조롭지만 굵고 강렬한 선으로 긴박하고 두려운 전쟁 상황을 표현하였습니다. 세상 속 불편한 진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아프고 강렬하게 드러내는 허정윤 작가의 문체도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모든 사람과 동물이 앞만 바라보며 뛰어갑니다. 소녀는 엄마를 부르며 뛰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아요. 주위에는 온통 비명과 전쟁의 총성만 들리지요. 소녀의 오빠는 무섭게 떨어지는 폭탄을 피하려고 세차게 동생 등을 밀어냅니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넘어지고, 울부짖는 소리가 폭탄 끝자락에 매달립니다. 오빠는 어디 간 걸까요? 소녀의 눈에는 꿈인 듯 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이 펼쳐집니다. 행복한 일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눈앞은 넘을 수 없는 철조망과 국경을 지키는 한없이 차가운 군인들만 서 있어요. 애처롭게 손을 내밀어 봐도 아무도 그들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아요. 힘겹게 철조망을 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건 소름 끼치는 총소리뿐이지요. 철조망에 구멍이 나길 간절히 바라지만, 야속하게도 발을 감싼 비닐에 구멍이 납니다. 그들이 내민 손에 총구를 겨누는 사람만 가득한 현실, 누가 그들의 손을 잡아 줄까요?

책 표지에 쓰러진 여자아이를 보면서 몇 년 전 세상을 울게 한 시리아 난민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수많은 아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 전쟁과 폭력, 재난과 같은 비참한 현실로 전 세계 많은 어린이가 난민이 됩니다. 그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잠시라도 쉴만한 곳을 마련해주는 일이 우리의 의무이지 않을까요.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음속 불편한 진실 ‘난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난민에 대한 무분별한 정보에 혐오와 두려움을 가졌던 제 자신을 반성했어요. 두려움에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책을 읽고 난민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저에게 생긴 듯합니다.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꼭 많은 이들이 알고 손을 내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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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의 비밀 친구
모니카 라빈 지음, 마리아 페루호 라빈 그림, 이아람 옮김 / 라플란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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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세요. 자줏빛 주머니에서 초록 생명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초록 생명체의 존재는 무엇일까요? 꼭 인형 같기도 하고, 귀여운 동물 같기도 한데요. 이 뾰족 모자를 쓴 존재는 꼬마 마녀 츄츄입니다. 주인공 카를로스와 츄츄는 어떻게 만났고, 어떤 사이일까요?

이들의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뤄져요.
카를로스는 수업 시간에 신발 속 느낌이 이상해서 손가락으로 신발 속을 뒤적거려요. 그리고 손가락 끝에 닿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바로 츄츄였어요.

츄츄는 마법을 부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썽꾸러기예요. 하지만 카를로스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비밀 친구랍니다. 이 둘은 콩닥콩닥 가슴 졸이는 일을 만나게 돼요. 카를로스가 사는 세상은 츄츄가 살기에는 위험했어요. 이러한 츄츄를 위해 카를로스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카를로스의 결심은 무엇이고, 이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책장을 다 덮을 때까지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여전히 츄츄는 어딘가에서 웃으며 마법을 부리고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책을 함께 읽었던 아이들의 눈빛이 선합니다. 자기도 츄츄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눈빛에서 느껴졌어요. 그리고 츄츄와 같은 비밀 친구가 있다고 고백하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옷장이나 책상 서랍 속에 츄츄와 같은 비밀 친구가 있지는 않나요? 여러분의 이야기도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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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 북멘토 그림책 2
김지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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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는 김지연 작가님의 책이에요. 면지에는 걱정 가득한 아이의 표정 뒤에 장대 위에 앉아있는 붉은 악마가 짓궂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잘 안 될 거야. 그냥 하지 마!”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아이의 하루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일어날까? 말까? 아이 마음 소리가 들려요. 등교 준비부터 등굣길까지 아이의 눈동자는 보이지 않아요. 수 없이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 할까? 말까?

 

형광 핑크의 옷을 입고 밝고 환한 친구들과 달리 주인공 아이는 시종일관 울상인 표정으로 작게 움츠려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관계 안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저의 아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게 움츠러든 아이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계속 들려와요. 잘하고 있어! 힘내! 파이팅! 그리고, 넘어! 아이는 저 높은 장대를 넘을 수 있을까요?

 

 

책을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격려와 미소가 함께 지어졌어요. 주인공 아이가 실제 장대를 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넘어가고자 시도한 것, 그리고 그 뒤에 응원과 격려를 끊임없이 보내준 사람들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매일 하루하루 넘어지고 일어나고, 돌아가고, 직진하고 수많은 길을 가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꼭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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