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오이어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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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친절’에 ‘달콤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기 때문이다. 과한 친절, 그 이면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아홉 살 아들이 겉표지와 제목을 보며 “왠지 이 아저씨 나쁜 사람 같아. 달콤한 이라는 말이 속임수 같은 느낌이 들어. 유괴범 아닐까?”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한 효과일까? 조건 없는 타인의 친절은 의심부터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책은 그루밍범죄를 경험한 피해 아동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실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고 고슴도치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뾰족뾰족한 가시를 세우는 모습이 타인에 대한 경계인 동시에 가시 돋친 마음을 상징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없이 여리고, 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먼 곳으로 이사 온 고슴이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삭힌다. 깜깜한 밤 지친 아빠의 등과 한숨 섞인 목소리에 고슴이의 마음은 더 외롭고 답답하다.

외로운 고슴이에게 곱슬도치 아저씨가 등장한다. 뾰족뾰족한 가시 대신 부드러운 곱슬머리의 곱슬도치 아저씨는 멋진 겉모습을 하고 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사람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게다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고슴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한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다. 고슴이가 가장 의지해야 할 존재인 아빠에 대한 미움을 심는 말을 교묘하게 하며 아빠와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결국, 고슴이는 아빠보다 곱슬도치 아저씨를 의지하게 되고 그를 도와 농사일까지 한다. 곱슬도치 아저씨는 다정함 뒤에 숨긴 폭력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자신의 태도를 고슴이의 잘못으로 돌리는 끔찍한 정서적 학대를 저지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저씨가 화내는 덴 다 이유가 있겠지.

이 말이 너무 아팠다. 화내는 데는 이유가 없다. 그저 그 사람이 너무 나쁜 것이다. 피해자의 약한 마음을 악용하는 가해자를 생각하니 읽는 내내 마음에 분노가 솟구쳤다.

고슴이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힘들 땐 꾹 참지 말고 아빠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거라고, 그게 어린이의 권리이고 자녀의 특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무조건 타인을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범죄 예방접종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진정한 어른의 모습과 의무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루밍범죄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용기와 분별력, 그리고 전방위적인 사회의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그루밍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을 쓴 작가님과 한울림어린이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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