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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워홀의 마롤린먼로가 표지에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현대미술' 에서 늘 나오는 작가는 역시 워홀, 뒤샹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만큼 두 사람이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다.
어느 미술책을 들으나 자주 나오는 이 작가들은 역시 이 책에서도 나왔다.
그럼 현대미술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들은 왜이렇게 어려우며 또 워홀과 뒤샹 이 사람들이 뭘 어쨌다는 것일까?
그림이라하면 앞에 놓인 사과를 그대로 캔버스에 재현해내는 시대를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면 현대미술과는 아주 아주 먼 사고라고
할수있다. 현대미술은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로 하여금 물음표나 느낌표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미술관에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그림이 꼭 있다. 얼마전 다녀온 르누아르 전에서도 입구에서 부터 전반적으로는
그냥 아름답다 ..색채가 참 좋은데?..아 이것이 인상주의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림에 정확한 형태와 색채는 사라지고 마치 관객들에게 여기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한번 맞춰봐 ! 라는 식의 그림들이
가득했다. 천재화가라는 피카소의 그림앞에서 감동보다는 그야말로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지며 입체파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 동안
멍하게 그림을 쳐다본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현대 예술가들은 점점 앞을 내다보고 있으며 그들은 결코 똑같이 재현해내는 일은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럼 어디까지가 미술인것인가? 미술의 경계선은 정확히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모호한 선에 더욱더 충격을 준 사람이 바로 뒤샹이다.
그는 변기를 작품이라고 우긴다. 그런데 우리도 할 말이없다. 작품에 기준이 뭔데? 그저 뒤샹의 충격적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슈퍼에 있는 패키지를 그대로 찍어낸 워홀의 그림을 우리는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럼 그냥 변기와 뒤샹이 싸인을 해서 낸 변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 변기를 탄생시킨 사람의 의도가 아닐까?
변기 공장 사장이 변기를 만드는 이유는 그야말로 팔기위해서 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변기에 소변을 보고 청결한 생활이 유지되고
그로인해 자신이 이윤을 추구하면 그걸로 ok란 것이다.
그런데 뒤샹은 작가이다. 그 작가가 변기에 싸인을 한다. 그리고 그 변기는 미술관으로 간다.
미술관에 있는 것들은 모두 작품이다. 우리는 그의 당돌한 작품에 충격을 한 방 먹고만다.
그리고 우리는 화장실에 있는 변기에는 소변을 볼 수 있지만 미술관에 걸린 그 변기에는 감히 소변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당돌하게 출품한 그 변기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이란 단어속에 무의식적으로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현대미술은 그 고정관념에게 겁 없이 도전한다.
거대하고 웅장한 미술관속에 무생물처럼 걸려있는 죽어있는 미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고 때로는 발칙하고 당돌하게
현대인들을 공격한다.
이 현대미술의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정말 나인가?'라는 목차에서 대중매체 속에서 획일화되어 허우적 거리는 우리에게
예술이라는 얼굴로 충고를 하고 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 전략적 읽기] 라는 책이었던 것 같다.
그 책에서는 뉴스는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고 라디오는 음악으로 사람들 비위를 맞추며...라는 대략 대중매체가 얼마나 사람을 똑같이
만들며 그 '똑같은' 전달방식으로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는지를 말하는 문구가 있었다.
그렇다. 지금의 나는 정말 나일까? 내가 입고있는 옷이 내가 하는 행동이 어디서 낯익진 않을까?
사람들의 방에 cctv를 설치하고 조사하면 과연 얼마나 다른 행동을 보여줄까? 대부분 같은 행동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 획일화에 가장 큰 이바지를 하고있는 대중매체의 폭력에게 한방을 먹일 수 있는 것은 바로 현대미술일수도 있다.
한 사람의 퍼포먼스가 그리고 한 사람의 작품이 어제도 한달 전에도 같은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 아닐까? 작품에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관객이 과연 있을까?
지식으로 무장하고 미술관을 찾아가도 미술이 어렵다고 말하셨던 한 분의 말씀처럼 현대미술은 막가고 있고 어렵다.
그리고 때로는 그 작가조차 작품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며 아무 의도없는 그리고 정답이 없는 작품은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그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다보면 결국 현대미술가들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요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록이 거대한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는 행위가 시간이 흐른 뒤에 이해가 되었던 것 처럼 지금 눈 앞에 있는 작품이 당장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속에 깊게 남을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렵지만 피할지는 못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날카로운 눈을 가져야 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하기위해서는
예술, 혹은 다른 것에 미쳐야한다. 그렇게 토해낸 작품은 힘들고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그들의 광기는 오랜시간동안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잡을 것이리라고 믿어 의심치않는다.
이 책은 현대미술에대한 작품부터 현대미술이 관객들에게 시사하는바 그리고 작가들의 의도 등 현대미술에대해 재밌고 자세하게
나와있다. 인쇄상태도 좋고 내용도 많이 딱딱하지 않다.
맨 뒷 페이지에는 독자들이 미술에 좀 더 폭넓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가가 엄선한 책들의 목록도 추가되어있다.
재밌고 그리고 현대미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