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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부끄 북 ㅣ 토토의 그림책
하워드 펄스타인 지음, 제임스 먼로 그림, 장미란 옮김 / 토토북 / 2025년 5월
평점 :


<협찬도서>
처음엔 표지에 마음을 빼앗겼고,
책장을 넘기니 완전 푹 빠져버렸다. 왜 그랬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감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식상한 위로를 건네게 되는 순간도 그중 하나다. 보통 사회적 통념에서 '부정적'이라고 여겨지거나 아이가 스스로 불편해하는 감정을 대할 때 주로 그렇다.
그래서 혹시나 감정책, <부끄부끄 북>이라면? 식상한 위로보다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첫 표지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다. 넘기고 싶고, 재밌을 것 같은 책. 그리고 마치 그런 감정을 빼다 박아놓은 듯한 표정이 잔소리보다는 공감으로 다가가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햇살 아래 아이와 마주 앉아 책장을 넘겼다. 좀 더 밝고 가벼운 책을 볼까도 싶었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은 반드시 읽자는 주의가 승리했다. 요즘 들어 아이의 뭔가 난감해하는 표정을 본 탓이다.
어정쩡한 표정에 샛노란 표지를 넘겼다. “어.. 저기... 안녕... 뭐 좀 물어봐도 돼?” 하길래, 뭔가 했더니 책 주제에 독자에게 “어째서 너는 날 빤히 보는 거야?” 하고 묻는다. 순간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는 사과하길래 좀 나아졌나 했더니, 이번엔 어지러우니 "잘 가"란다. 속으론 벙쪘지만, 동시에 '아!'하며, 아이 호기심과 이 감정책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재빨리 책장을 덮어버렸다.
역시나 아이가 반응한다. 답답해하기도 하고, 다시 보자며 스스로 책을 넘기며 부끄부끄북을 달래주기도 한다. 마치 아이가 그런 모습일 때 나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감정책 속 캐릭터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아이를 닮은 듯도 했다. 그제야 답답한 책이 아니라, 정말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낸 작가의 표현력에 극찬을 보내고 싶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읽고 나니 푹 빠져버린 것. (작가 하워드 펄스타인이 광고 카피라이터였다던데, 그래서 이렇게 통통 튀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걸까? )
사실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발표할 때가 되면 한여름에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얘들아 제발 딴 데 좀 봐" 싶었던 기억이 스친다. 아마 발표할 일이 지금은 없어서 그렇지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럴 땐 나도, 아이도 부끄부끄 북처럼 질문을 건네보는 것이 좋겠다. 먼저 물어보니까 용감해진 느낌에 덜 떨렸다는 그 친구의 말처럼. 분명 좋은 방안이 아닐까 싶었으니까. 그리고 대답하는 우리도 즐거웠던 걸 보면, 나의 물음에 답할 누군가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그 질문이 생각보다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읽으면서도 , 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감정책<부끄부끄 북>. 부끄러움을 잘 타는 친구가 고민이라면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