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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자 씨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평점 :

정주희 작가님을 굉장히 좋아해요. 전작 꽃이 필거야의 황홀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텃밭의 꽃들이 그토록 아름다웠다니, 텃밭이 없는 저에겐 길가에 피어난 들꽃마저도 눈여겨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만나고 나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작고 사소하거나, 그냥 당연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크게 키워 아름답게 피워내는 재주가 뛰어난 예술가입니다.
영원한 미자씨는 '영혼'입니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그런 미자씨는 무덤에서 자고 일어나 비석을 열고 나와 매일을 맞이합니다. 어떻게 죽은 그녀는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있는걸까요? 비록 육체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건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떠올리니 미자씨의 하루는 매우 바쁘기 그지 없습니다. 재밌는 건 수동태로 불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기억의 문'으로 들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미자씨의 하루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억속에 영원히 살아있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하지만 결코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지요.
아마도 그건 정주희 작가의 힘이었을 것입니다.슬픔을 슬픔으로만, 죽음을 죽음으로만 그려내지 않고, 밝고 따뜻한 아침햇살처럼 표현해내어 더욱 감동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색연필의 질감과 수채화의 느낌이 따뜻하고 빛을 머금은 듯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보는이로 하여금 이야기가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먼저 떠나 보낸 소중하나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먼저 떠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분명 현재를 잘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원천이 되어줄 것입니다.
<북극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