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올라
이탁근 지음 / 한림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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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나도 모르게 가는 것을 정말 기울어지는 몸을 통해 보여주었던 이탁근 작가의 전작 <기울어>를 정말 인상깊게 읽어서 이번 작품을 더욱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 <차올라>는 '사전적 의미'를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거기에 마음을 대입해 표현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음 아이가 발견한 '차오름'은 물 따위가 어떤 공간을 채우며 일정 높이에 다다라 오른다라는 의미로 시작된다. 비오는 날 개밥그릇에 물이 차오르고, 날이 가면 달이 차오른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 의미는 물질이 아닌 감정이 차오르는 것으로 전이된다.친구의 장난에는 '화'가, 위로에는 '따뜻한 마음'이 차오르는 장면으로 전환되며 '차올라'의 다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면 '기울어'를 읽었을 때처럼 하루종일 '차올라'를 반복하며 무엇이 자꾸자꾸 차오르는지 말하기 여념이 없다. 나만의 의미와 발견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단어를 잊지 못한다.

이탁근 그림책의 힘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좋은 중독> 그래서 잊지 않고 다시 내것으로 표현해내게 된다. 아이들은 반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재능이 있지만 반면 쉽게 질려하는 습성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탁근 그림책은 지루함을 못느끼는 모양이다. 그것이 엄마도 못내 반갑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반복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차올라'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여기서부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딴지는 사양하며, 재밌게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내가 느끼는 차올라는 굉장히 수동적인 단어다. 만약 공간이나 감정이 가득 찬다고 가정해보았을 때 내가 원해서, 원하는 만큼 채운다면 '채우다' 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오르다'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채워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늘의 달은 물론이요, 감정 역시도 내멋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나 탁월한 단어선택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글을 쓰다보면 단어 하나의 탁월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반복해 깨닫게 된다. 그런면에서 이탁근 작가는 정말 '프로 단어 선택러'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짧고도 강렬했던 책읽기를 마친다.



<도서만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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