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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이발소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15
야마다 마치 지음, 가와무라 후유미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6월
평점 :

정겹고 사랑스럽고 뭉클해지는 그림책.
채소를 이발한다니?
재밌는 창작그림책인가 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고 뭉클해져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 읽고 또 읽었다.
어릴 적 부모님의 맞벌이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야마다 이치. 두 분은 밭일로 바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결국 자연스럽게 조무보님의 밭일을 돕게 되었는데, 그때 두분이 밭에 기른 무나 당근을 뽑으면 흙을 수세미로 털어내고,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모습이 마치, 『채소이발소』 같았나보다.
처음엔 그렇게까지 보이나? 싶었는데 나이 든 노인이 손수 기른 채소를 보듬는 마음이, 손길이 얼마나 애틋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소일거리가 되어버린 밭일이 예전엔 자식들을 길러 낸 터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곳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렇다고 그런 감동을 쥐어짜는 그림책은 아니다. 그저 '딸랑딸랑' 눈에 달라붙은 종이 울리면 브로콜리가 찾아와 파마를 하고, 당근, 무, 순무는 축 처진 머리카락에 힘을 주고 웃으며 돌아가는 이발소의 어느 하루를 그려냈다.
매일 그렇게 이런저런 채소들이 찾아오면 이발사는 정성껏 다듬고, 자르고, 만다. 처음엔 사람 이발사가 나오는 모습이 이상했는데 (채소니까 이발사도 채소여야한다는 생각에) 이발사가 할머니나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니 손길도 미소도 애틋하고 자애롭게만 느껴져 볼때마다 기분좋아지는 작품이다.
그림체가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한게 어쩐지 세상이치를 다 아는 어른의 마음과도 닮은 것 같아. 생각이 조금 더 멀리 뻗친다. 그래서 며칠은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홀로 음미하고 음미했다. 참 좋네.
이제 오늘은 아이에게 읽어줘야지. 야채 그림들도 준비해놓았다. 분명 읽고다면 나도 해주고 싶어요! 라고 외칠게 눈에 보이니 안할수가 있나. 아이의 손길이 노련해지는 날엔 아이도 이 감동을 함께 느껴볼 수 있으려나 가늠해본다.
<책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