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벼락 ㅣ 빨간콩 그림책 31
진서 지음 / 빨간콩 / 2023년 11월
평점 :

글없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여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아픈 이야기를 쓰려고 몇번이고 되내일때마다 아픈 아이의 고통보다 희망을 조금 더 그리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책속의 아이지만 한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처진어깨가 여전히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밀화여서일까 불필요한 배경은 빼고 필요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해진다.
학교폭력.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부터 언제나 불안했던 그 단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늘 들려오는 소식에 이젠 굳은살이 박힌 듯 무던해진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면지부터 가슴을 후벼파서 도저히 무던해지지가 않았다.
학교를 보내는 엄마의 뒷모습은 평화로워 보였건만, 나도 내 아이의 아픔을 모르고 웃으며 인사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속 아이는 그래도 희망을 보며 끝이났지만 과연 현실이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또 아이가 스스로 극복해야할 문제인가에 대해선 너무나 부정적이다. 이 슬픈 자화상은 언젠쯤 사라지게 될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게 다행이다.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서.
<도서만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