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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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의 이야기는 갈수록 짙어진다.
마치 발치에서 거리가 멀수록
깊은 색을 띠는 바다같이.

여행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섰다가
하나둘씩 찾아와 풀어놓는 이야기들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 마냥 즐거운 건 아니었지만,
하쿠다 사진관에 마음을 풀어두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분명 가벼워 보였다.
그렇다고 사진관에 해결사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럼 어떻게 그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간 걸까?

사진을 찍는 동안 얼핏 스치는 사연들이 아프다.
그러나 그 무게는 본인만이 짊어질 수 있다.
누가 다른 이의 아픔을 함부로 논할 수 있을까?
석영과 제비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섣불리 끼어들지 않았다.
그냥 그들을 담아주었다.
스스로는 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그래서였을까?
마음이 동했던 것은.

사진촬영이 끝난 후 돌아와
함께 식사하며 사진을 보는
하쿠다 사진관만의 하이라이트가 다가오면
마음의 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그제야 비로소 하쿠다의 문이 닫힌다.

하쿠다 사진관에 가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털어놓게 될까?
어떤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게 될까?
또 사진 속 내 표정은 어떨까?

가족들의 사진이 쌓여가는 동안
내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다.
늘 카메라 뒤에 서있었으니까.
아이들을 찍을 때 내 표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거울이 없으면 보지 못하는
수많은 시간에 존재하는 나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많이 궁금해졌다.

있지도 않는 하쿠다 사진관을
검색해 보고 싶은 엉뚱한 생각이
아이들을 잠든 후 책을 펼 때마다 들었다는걸.
고백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꼭 가보고 싶은데, 아쉽다.

[ 놀에서 하쿠다 사진관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써 내려간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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