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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개발자들 - 알려지지 않은, 치열했던 여성 에니악 개발자 6인의 이야기
캐시 클라이먼 지음, 이미령 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8월
평점 :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2023년 9월 도서로 읽은 책이다.
책 초반에 애니악 최초 공개 사진이 나오고,
맨 뒤의 사진 모음에 같은 사진이 다시 나온다.
유명한 에니악 팀 사진으로 시연일 날 육군 사진사가 찍어 기자에게 공유했고, 미국 전역의 신문에 실렸다. 50년 넘게 여성들의 이름은 사진 설명에 없었다. 왼쪽부터 호머 스펜스 일병, J. 프레스퍼 애커트, 존 모클리 박사, 진 네닝스 바르틱, 허먼 골드스틴 대령, 루스 릭터먼 테이텔바움.(p.20, p.429)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와 나중에 봤을 때 느낌이 많이 달랐다.
작가님은 여섯 명의 여성 프로그래머들(처음에는 컴퓨터라 불리운 분들)의 조부모 때부터 학창시절, 육군 합류 과정까지 추적하면서 이야기를 잘 엮어냈다. 그래서인지 책이 끝나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음에 아쉽기도 했다.
이 책의 클라이막스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애니악의 첫 시연일 - 1946년 2월 15일 - 때 시연 직후)
존, 프레스, 허먼과 몇몇 기술자가 손님들의 질문을 받은 후 공식 세션을 마쳤다. 하지만 자리를 뜨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존, 프레스, 아서, 해럴드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애니악 6인은 장내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번갈아 가며 도표 작성기를 통해 천공 카드를 실행했고 각자 궤도 인쇄물 뭉치를 들고 방안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참석자들은 방금 자신이 목격한 멋진 순간의 기념품인 궤도 종이를 받아 들고 기뻐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무엇을 했는지 아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육군 장교, 무어 스쿨 학자, 에니악 발명가를 소개할 때 프로그래머는 빠져 있었다. "그날 우리 중 누구도 그 프로젝트의 참여자로 소개되지 않았어요."라고 케이는 훗날 이야기했다.
p.268
1942년부터 1947년까지의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모두 여성인 줄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예전에 하드웨어 책(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을 봤을 때에는, 내가 전기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 히스토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IT 밥을 먹고 있으면서도 내가 놓치고 있던 게 있었네.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여성이라는 이야기는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지칭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애니악을 만든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모두 '남성'이었지만 당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프로그래머는 모두 '여성'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여섯 명의 여성 프로그래머들 뿐만 아니라 에니악의 주요 엔지니어(존 모클리, 프레스퍼 애커트 주니어)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또한 애니악과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ADD 명령어라든가 중단점breakpoint 이라는 용어가 생긴 이야기를 다룬 부분(p.254~255) 등 아는 용어 나올 땐 반갑기도 했다.
맨 뒤 에필로그를 보면서 작가님(캐시 클라이먼)의 끈질긴 노력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작가님은 1986년에 대학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그때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6인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에니악 6인 중 4인과는 직접 인터뷰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더라(아쉽지만 워낙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여섯 분 모두 지금은 돌아가셨다). 작가님이 계속 노력한 덕분에 그들의 이야기가 빛을 보기 시작했고, 2022년에 이 책 출간을 했더라(Proving Ground).
(표지는 한국어판보다 원서가 더 마음에 든다.)
다만 미국 내 지명이 여러 군데 나오는데 정확한 지리를 모르니깐 좀 헤맸다.
등장인물이 꽤 많이 나와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안 적으면 까먹을 것 같으니 여섯 명의 프로그램 이름을 좀 적어둬야겠다.
캐슬린(케이 맥널티), 프랜시스(프랜) 빌라스, 프랜시스 엘리자베스(베티) 스나이더, 말린 웨스코프, 루스 릭터먼, 진 제닝스
나는 탄도 계산이 얼마나 어려운지 감이 잘 안 와서 솔직히 이들이 이룬 업적에 대해 감을 잘 못 잡겠더라.
한 두 번은 더 읽으면서 관계에 대해, 탄도 계산 성능 향상 과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다.
* 사진집에 실린 사진 일부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