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사는 달.

하얀 표지에 노란 달, 그리고 그 속에 집이 몇 채- 깔끔한 표지에 끌렸어요.

제목만 봐도 매우 감성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죠?

스르륵 넘겨보았는데 감성적인 사진과 글이 함께하는 게 쏙 맘에 들어서 읽기로 했답니다.

 

요즘 묵직한 책은 잘 안 읽게 되어서 손에 잡았는데 쓱쓱 잘도 넘어가더군요.

원래 감성적인 거랑은 거리가 먼 저인데 이 책은 이런 저조차도 감성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매력이!

그림도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게 아닌, 삐뚤빼뚤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게 묘하게 눈길이 가요.

 

권대웅 시인의 산문집이라는데 전 일단 '달'이라는 소재에 끌렸어요.

'달'은 어릴 때부터 봐 온 친근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존재 같아요.

저는 야근하고 퇴근길에 보이는 까만 하늘을 밝혀주는 달이 제일 좋아요.

아... 오늘도 피곤했겠지만, 뿌듯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라고 응원해주는 느낌? ㅎㅎ

 

 

 

 
 
이곳저곳 다니면서 찍은 사진이 함께 해서 더 좋았어요.
이건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
온갖 풀과 꽃들 사이에 있는 집도, 그리고 여유 있어 보이는 벤치도...
바쁜 일상의 쉼표가 아닌가 싶어서 꼭 한 번 이런 곳에 가 봐야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랑이란 살아서 다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와요.
반은 둘이서 만들어 내고, 나머지 반은 혼자서 이루어 내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사랑, 에 대해서라면 당연히 둘이서 만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고개가 끄덕끄덕.
그리고 이별 후, 상대가 사라진 후에야 만드는 사랑도 있다는 것.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만, 그 사랑 덕분에 봄도 오고 꽃도 피나 보다.
 
 
 

 
 
달과 함께하는 많은 시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에 가장 내 마음을 끈 것은 이것.
'달의 마음'이에요.
그리운 것들은 모두 달에 있다.
이 첫 문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립고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니었구나, 이 분도 그렇구나.
어릴 때 달이 나를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부터 '달'이라는 녀석을 인식했었어요.
그때부터 쭉 달은 나와 함께 걸어왔기에 달에 내 역사가 새겨져 있어
달을 보면 그때마다 그리운 추억이,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해요.
 
 
달이라는 소재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준 당신이 사는 달!
인터넷 검색하니 시화전도 하셨던데 미리 알았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맞춤아기, 누구의 권리일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30
존 블리스 지음, 이현정 옮김, 오정수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시리즈는 비록 아동용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서 어쩌다 한 번 보게 된 후로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 읽은 건 맞춤아기에 대한 책. 누구의 권리일까? 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맞춤아기란 시험관 수정 기술을 이용해 질병 유전자가 없는 배아를 골라 탄생시킨 아기를 말한다. 이 맞춤아기는 아픈 아이를 둔 사람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일 듯. 자인 하시미의 예처럼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이식할 골수가 없을 때 유전자가 비슷한 맞춤아기를 만들어 골수를 이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논란은 당연히 많았다고 한다.

 

  맞춤아기라는 개념은 논란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존의 틀을 전면 교체해야 할 테니까.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말 그대로 '만들' 수 있다니... 그래서 미국의 한 불임연구소에서는 원하는 눈 색, 머리카락 색을 지닌 아이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너무 심해지자 그런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기술력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으니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나는 만드는 주체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봤는데 만들어진 객체의 입장은 책을 읽고 처음 생각해봤다. 내가 수영을 잘하는 유전자를 넣어 만들어져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면 이건 내가 잘한 걸까 아니면 내 노력과 상관없이 나는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될 운명이었던 걸까? 보통 사람들이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정체성의 혼란보다 더 큰 혼란에 휩싸이고 말 것 같다. 게다가 그런 유전자가 있다고 한들 반드시 그리되는 건 아닐지도 모르고...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세더잘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기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잘 쓰인 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보여주고 있으니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 자극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길고양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건 언제부터일까? 어릴 땐 주인 없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렀었다. 도둑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과 길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어찌나 다른지. 도둑고양이라 부를 때는 괜히 해를 끼치는 것 같고 경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길고양이라 부를 때는 우리 주변에 있는 정겨운 친구를 이르는 것 같다. 애묘인이 늘면서, 덩달아 야생고양이도 주목받아 새 이름을 얻고 이전과 다른 관심을 받게 된 게 아닐까.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낸 고양이 시인 이용한의 고양이 에세이를 이번에 처음 읽었다. 신작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과연, 길고양이를 향한 그의 무한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2년 반 동안 발품을 팔아 기록한 고양이 여행서로 국내 편과 외국 편으로 나뉘어 있다는데 흐리고~는 국내 편이다. 여기엔 우리나라의 익숙한 또는 낯선 곳의 고양이들이 생생한 사진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고양이 커플의 즐거운 한 때. 얼마나 좋으면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ㅎㅎ 마지막 사진 찍지 말라고 하는 사진이 압권. 표정이 살아있다. 이런 장면을 포착하다니. 카메라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걸 아니까, 저자의 고양이 사랑이 느껴진다.

 

  길고양이를 섬에서 그리 싫어하는 줄 처음 알았다. 쥐 때문에 고양이를 들였다가 개체 수가 늘자 피해를 끼친다며 살처분하자고 하다니. 이기적인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다행히 중성화 수술을 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니 다행이지만.

 

 


 

 

  고양이에게 생고기를 나누어주는 고마운 식당 주인아주머니. 생고기 주는 걸 받아먹으려고 줄을 서서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의 모습이 참 예쁘다. 처음엔 아주머니에게 왜 밥을 주고 챙기느냐고 나무라던 사람들도 밥을 준 후부턴 쓰레기봉투도 안 뜯는 고양이를 보고선 밥을 주라며 갖다 주는 사람도 있다니, 시간이 걸리긴 해도 인식이 바뀌기도 하는 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 어느 공터에서 만났다는 고양이 가족사진은 보는 순간 웃음이 났다. 장난기 넘치는 추정 아빠 고양이와 관심 없어 보이는 아기 고양이. 저 까꿍 놀이하는 거 봐.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

 

  제주 가파도, 우도, 울릉도 같은 섬을 포함하여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를 만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처음엔 고등어, 카오스 같은 명칭이 낯설었지만, 책을 덮는 지금은 야옹이, 멍멍이처럼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지역에 관한 설명도 길고양이에 초점이 맞춰진 완벽한 고양이 여행서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캣대디, 캣맘도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길고양이의 팍팍한 묘생이 우리네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조금이라도 고양이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르트루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7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읽기는 하되, 좀 어렵게 읽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가 모두 그러했다. 진지하게 내면을 탐구하는 책이었기에 재미가 있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읽은 헤세의 소설, 게르트루트를 읽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음악 소설이라고 하여 좀 색다르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이 책은 헤세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뒷내용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대충 감이야 오지만, 어떻게 되는 건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재미있는 책 읽기를 중단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주인공인 쿤은 학창시절이 끝날 무렵, 사랑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름거리는 불구가 된다. 그 사고 전에도 밝고 쾌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 후로 더욱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게 된 그는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며 살게 된다. 연주보다는 작곡을 하고 싶던 그는 처음엔 인정받지 못했으나 단 한 명, 오페라 가수인 하인리히 무오트는 그 곡을 마음에 들어 하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그는 자신과 사뭇 다른, 자신감이 가득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다소 난폭하며 즉흥적인 무오트에게 매료된다. 운명처럼 만난 여인, 게르트루트에게 쿤은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는데 이들 사이에 무오트가 끼어들고...

 

  보통 통속 소설이 갖추고 있을 법한 줄거리를 가져서인지 헤세의 다른 소설에 비하면 페이지를 휙휙 넘어가며 읽었다. 제목인 게르트루트가 등장인물의 이름이라는 것을 안 다음에는 이 여인이 언제 등장하는지 기다리면서, 그리고 등장한 후에는 쿤과 무오트에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모습과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궁금해하면서. 그가 작곡한 소품의 가사가 아름다워서, 소설이지만 시적인 감성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헤세의 작품이기에 주인공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 부분이 많았다. 헤세는 어찌 보면 답답한, 사랑 앞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주인공 쿤의 내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랑 앞에서 머뭇머뭇하는 그의 모습, 속 시원하게 지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답답함도 느꼈지만 소심한 사람이라면 으레 그랬을 법한 행동이라서 공감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쿤과 그의 어머니가 늘 서름한 사이였다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한걸음 발전한 모습이었다. 쿤이 주변의 조언으로 어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관계가 작게나마 변화하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랑도 인간관계의 하나이겠지 싶은데, 이 작품 게르트루트에서는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 세계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부인 - 상
기쿠치 간 지음, 양경미 옮김 / 이가서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이 1920년대에 쓰인 것이라니, 놀랍다. 조금만 다듬어서 요새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순종적인, 전통적인 여성이 아닌, 상당히 앞서 간 당차다못해 남자를 희롱하는 여인으로 나오는 주인공 루리코가 바로 제목의 진주부인이다. 지금 읽어도 멋지고 매력적인 캐릭터인 그녀의 성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루리코를 옥죄어 오는 황금의 힘에 의해 결혼하게 되었을 때, 다시 한번 그녀의 성격에 매료되었다. 아름답고, 뛰어난 재치가 있는데다 오기 또한 대단한 그녀. 자신이 스스로 복수하기 위해 결혼은 받아들인 것도, 첫날밤을 피하기 위한 여러 방책을 쓴 것도... 난 순전히 '루리코'라는 캐릭터에 끌려 끝까지 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남편 사후, 미망인이 되어서도 고위층 남성들을 농락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에겐 '첫사랑'이라는 성지가 있었기에 순결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상/하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결말까지 읽어내리게 된다. 심리묘사와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 때문에 1920년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보아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문학적인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통속적이 소설이지만, 가끔은 이런 책도 괜찮다 싶다.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만화책 때문이었지만, 그런 것이 없더라도 볼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