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에 담긴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양태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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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이 유명인이나 세계적 명사들의 말과 글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말이나 글 속에서 그들이 행복한 삶과 성공한 삶을 이루기까지의 태도나 자세, 인생철학 등과 같은 성공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사들이 쏟아낸 촌철살인의 경구 한 마디, 한 줄을 만나는 순간부터 인생이 바뀌었다는 일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양태석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1년 월간 『문학정신』에 단편소설 「신데델라 연구」가 신인문학상 단편 부분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인생의 힘이 되는 365일 명언『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과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잠들기 전에 읽는 긍정의 한 줄』에 이어 ‘긍정의 한 줄’이라는 타이틀로 지난해 많은 화제를 낳으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전작들에 이은 또 하나의 센세이션한 작품으로, 작가의 따뜻한 필체와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살아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 그들은 이미 세상에서 어떤 한 분야에서이름을 떨치고 자신의 인생에 성실히 책임지고 있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성공'이라고 하기보다는 '긍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맞선 위대한 기록이면서,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을 교훈 삼아 또 하나의 신화를 일구어 낸 자들의 이야기다.

며칠째 굶고 있는 고아들을 위해 모금함을 들고 맥주홀에 들어간 테레사 수녀, 43년 동안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오스트리아의 수녀 두 사람 71세의 마리안느 수녀님과 70세의 마가렛 수녀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을 멈추게 한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 가난하여 자신의 옷을 손수 만들어 입다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피에르 가르뎅, 평생 사과 씨앗을 뿌린 조나단 채프맨, 살려고 발버둥치는 개구리를 보며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서예가 오노도후에 이르기까지 한 장 한 장 밀려오는 감동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이야기 말미에 써놓은 저자의 촌철살인 코멘트 또한 이 책의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은 일을 시원찮게 하는 부하직원을 보면 “이런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최소한 빈대보다는 나은 인간으로 살자.

영국의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총리로 활약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축사를 할 때의 일이다. 처칠은 시가를 문 채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졸업식장에 입장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모자와 시가를 연단에 내려 놓고 청중들을 바라보았다. 청중들은 숨을 죽이고 처칠의 근사한 축사를 기대했다. 드디어 처칠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다시 외치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이것이 처칠의 졸업식 축사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일 이야기를 만들고 살고 있다. 이 책의 글을 읽는 순간도 언젠가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지금 어떤 이야기 속에 살고 있든 당신은 최고의 주인공이며 그 인생을 책임지고 성실하게 살아낼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한 줄의 글이, 우리들 가슴에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된다. 이제부터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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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년 글로벌 트렌드 - 시장을 뒤바꾸는 새로운 물결
<트렌즈(Trends)> 지 특별취재팀 지음,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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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지도층 인사, 특히 재벌 총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강력하게 던지는 화두는 바로 ‘혁신’이다.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처럼 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기업들이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도 모두 ‘혁신’으로 귀결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최신 정보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미래가 달라진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정보와 지식이 가장 큰 힘이 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먼저 준비할 수 있고, 남보다 앞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 세계의 정치·경제·문화·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앞날을 예측하는 미국 ‘트렌즈’지에 실린 기사 가운데 국내 독자에게 유용한 것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각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짧게는 6개월, 보통 2~3년, 길게는 수십년을 내다보며 앞으로 뜨거운 이슈가 될 사안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은 크게 국제사회, 경제경영, 정보통신, 산업기술, 생명공학의 다섯 가지 핵심 주제 아래 전 세계 경제 지도를 뒤바꿀 새로운 트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화폐를 대신할 최고의 상품가치로 인정받아 온 금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뤘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10년 후를 내다보며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삼성은 2020년까지 5대 사업에 집중투자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는 그린 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으며, LG는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등 글로벌 유망산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최신 정보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미래가 달라지는데, 이 책은 10년 후까지의 지구촌을 거시적, 미시적으로 조망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응답 엔진, 인공생명, 행융합발전 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기술들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그에 따른 기회와 위기는 무엇인지를 밝힌다.

이 책을 읽으면 오늘의 현주소를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트렌드가 세상을 뒤흔들 것인지,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예컨대 현재의 모바일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이며,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으로 책은 전망한다. 앞으로 2년 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업의 주식 상장 물결을 보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더불어 비즈니스, 의료, 교육 및 다른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많은 형태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신생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애플의 아이폰이 당분간 강세를 보이겠지만 특정한 운영 시스템에 얽매이고 있기 때문에 노키아와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예측한다. 새로운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최근 관심 분야로 떠오른 연료전지의 현재와 미래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개발되고 있는 연료전지들은 인산 연료전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수소이온교환막 연료전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등인데, 앞으로 10년 뒤 기업과 가정의 주 전력원은 상업용 연료전지가 될 것이고, 연료전지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것이다.

이 책에는 정치, 경제, IT, 신기술, 미래 에너지 등 앞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 트렌드가 들어있으므로 이 책을 통해 ‘국내에는 현재 전무하고’, ‘미래를 인지하고 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식 정보를 제공하여 줄 것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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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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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는 이 책의 머리글에서 건너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유명한 분이 대학 은사를 찾아뵐 일이 있었는데, 100세가 가깝도록 허리가 곧고 정정하셔서 장수비결을 물었더니 “등신처럼 살았지, 뭐.”라고 하더란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바보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며 살았다. “저놈 참 똑똑하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으쓱했고, ‘수재’로 불리면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기분이 째졌다. 우리는 바보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기진하도록 일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면서 살았다. 그 대열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며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새가 차 신부가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초상화는 아닐까.

저자는 ‘위대한 바보’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들이 깨졌다고 한다. 20세기 대한민국이 배출한 국보급 바보 장기려 박사가 제자에게 농담 삼아, 훈수 삼아 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차 신부는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로 소리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라는 장 박사의 말이 화두처럼 맴돌았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숨통을 뻥 뚫어준 것이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에 붙여진 이름 ‘바보야’였다. 취재 기자들이 자화상 밑에서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추기경에게 “왜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쓰셨습니까”라고 물으니 추기경은 쑥스러워하며 오히려 되물었다고 한다. “바보 같지 않나요?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 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차 신부는 “바보예찬은 이제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일본에서도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專門馬鹿)'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바보의 장점을 원용한 직장인 문화가 유행이라는 것이다. ‘센몬빠가’는 한 분야에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는 일본 장인문화의 기반이 되며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올린 원천이기도하다.

2009년에 방한한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이며 기업 경쟁력 분야의 대가인 윌리엄 바넷은 한국의 CEO들에게 ‘바보 리더십’을 주창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최고경영자는 바보가 돼야 한다!”

저자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 시대의 화두로서 '바보'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무한 성장동력을 깨울 방법을 자세하게 전한다. 우선 ‘바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 세상을 바꾼 역사 속 바보들의 에너지와 성공비결을 밝힌다. 그것이 바로 그가 제시하는 12가지 '바보 블루칩'이다. 바보 블루칩은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어라. 바로 실행하라.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큰 일을 작게 여겨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충직하라. 투명하라. 아낌없이 나눠라. 노상 웃어라가 그것이다. 현대인들이 마음에 새겨둘 만한 조언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은 ‘바보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바보가 최후 승자이고, 바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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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염창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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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가 죽음을 앞둔 이들의 ‘후회’를 보편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하면, 이 책은 매일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모를 다급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염창환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 전문의로 국내 1호 완화 의학과 교수이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서울성모병원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의사다. 일주일 혹은 길어야 몇주일인,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환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여러 방송사와 신문에서 임종과 관련된 수많은 인터뷰와 자문역활을 해온 그는 “염창환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다음카페를 운영하면서 국내 암환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면서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며 보고 들은 감동의 이야기들을 총 17개의 챕터로 나누어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죽음을 담대히 받아들이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랑과 나눔의 따스함으로 채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삶의 유한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소중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들. 죽음의 문 앞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이 책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책 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는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오늘이나 내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생의 종착역을 앞둔 사람에겐 행복이란 그리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 그 자체다. 어제보다 좀 더 수월하게 숨 쉬고, 못 먹었던 보리차 한 모금을 달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해한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기쁨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호스피스는 큰 것이 아닌 우리가 우습게 볼 정도로 매우 소박한 일을 환자들이 한순간이라도 다시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자가 호흡을 하고, 방귀를 뀌고, 물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라도 마실 수 있는 작은 기적 말이다. 암환자에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살아 잇다는 증거이며, 기적을 바랄 수 있는 희망이기도 했다.

‘암이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외로운 터널을 가고 보면 더 큰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멀고도 험한 터널 마지막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을 만났기에 혼자 가는 이 길이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런 감정, 이런 생각은 암이란 질병을 앓고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입니다. 누구도 가기 어려운 길이지만, 그 길을 가시는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이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모르지만 이 순간 당신을 떠 올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어느 암환자의 마지막 남긴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감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평하면서 살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이제부터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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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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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집근처 뒷산을 올랐다. 때 마침 펑펑 눈이 내렸다.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 속에 들어서서 한껏 눈을 맞으면서 휘적휘적 산길을 오른다. 눈 내리는 산은 적막하다. 마른 낙엽에 사각사각 떨어지는 겨울눈 소리가 오히려 산을 고적하게 만든다.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과 떡갈나무 숲 사이로 사선을 그으며 날아드는 눈발이 그렇다. 눈으로 온 산이 하얗게 덮여간다.

올해 소천문학상 수상자인 아동문학가 권영상(57)씨는 강릉의 초당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많은 이에게 힘이 될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뒤에 서는 기쁨’을 펴냈다. 그는 30여 권의 동화와 동시집을 출간해 왔고 <그 애 앞에 설 때면>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지> <들풀> 등의 작품이 초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 세종아동문학상, 새싹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등 아동문학계에서 큰 상도 여러 번 받았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집안을 이끌면서, 어릴 적 꿈을 쫒아 동화, 동시 작가로도 이름을 널리 알린 저자에게도 중년이 찾아들었다. 얼굴에도 글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마름은 그에게 인생을 돌이켜 보게 했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저자의 자문으로 시작된다. 그는 쉰을 훌쩍 넘긴 사내다. 자식이 있고 가정이 있다. 일 년씩을 살면서 나 자신을 위해 덥석 이만한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다. 마음으론 여유를 누리며 살아야지, 살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시간을 만들어 내 앞에 놓아준대도 성큼 그 시간을 즐길 줄 모른다. 그렇다고 가족으로부터 대단하게 대접받는 가장도 아니다. 항상 일 중심이었기에 식구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모르게 돼 버렸고, 가끔 얘기를 나누면 “아빠가 어렸을 때는……”을 녹음기처럼 반복하며 훈계조 말만 할 뿐이다. 어쩌다 먹고사는 일에 노예가 된 비굴한 직장인이지만, 더 이상 비굴하지 않기 위해 문학을 한다고 스스로 말한다.

이 책의 <다시 태어난다면>편을 보면 현직 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찾아간 16년전 부임지에서 이제는 농부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가 된 어느 제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어릴 적 책을 잘 읽는다며 “아나운서 감.”이라고 칭찬했던 스승의 말을 잊은 적이 없다며 제자는 “다음번에는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말한다. “다음이라니 언제”라고 놀라며 묻는 스승에게 그녀는 “다시 태어나면요”라고 당돌하게 대답한다.

저자는 어릴적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시는 동안 좌절과 방황의 세월을 보내면서 술과 싸움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무학의 촌로였던 아버지의 한마디에 일어섰던 경험을 떠올린다. 삶에 희망이 없다며 주저앉아 우는 저자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다 죽는대도 이 아비에겐 보리씨 한 톨만 한 희망이 그래도 있다. 너도 끈을 놓지 마라.” 아버지가 들려주신 ‘보리씨 한 톨만 한 희망’의 말씀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는 때로 조금 앞서 인생을 산 선배의 입장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젊은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더불어 흔들리는 자신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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