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염창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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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가 죽음을 앞둔 이들의 ‘후회’를 보편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하면, 이 책은 매일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모를 다급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염창환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 전문의로 국내 1호 완화 의학과 교수이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서울성모병원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의사다. 일주일 혹은 길어야 몇주일인,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환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여러 방송사와 신문에서 임종과 관련된 수많은 인터뷰와 자문역활을 해온 그는 “염창환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다음카페를 운영하면서 국내 암환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면서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며 보고 들은 감동의 이야기들을 총 17개의 챕터로 나누어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죽음을 담대히 받아들이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사랑과 나눔의 따스함으로 채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삶의 유한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소중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들. 죽음의 문 앞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이 책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책 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는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오늘이나 내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생의 종착역을 앞둔 사람에겐 행복이란 그리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 그 자체다. 어제보다 좀 더 수월하게 숨 쉬고, 못 먹었던 보리차 한 모금을 달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해한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기쁨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호스피스는 큰 것이 아닌 우리가 우습게 볼 정도로 매우 소박한 일을 환자들이 한순간이라도 다시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자가 호흡을 하고, 방귀를 뀌고, 물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라도 마실 수 있는 작은 기적 말이다. 암환자에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살아 잇다는 증거이며, 기적을 바랄 수 있는 희망이기도 했다.

‘암이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외로운 터널을 가고 보면 더 큰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멀고도 험한 터널 마지막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을 만났기에 혼자 가는 이 길이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런 감정, 이런 생각은 암이란 질병을 앓고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입니다. 누구도 가기 어려운 길이지만, 그 길을 가시는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이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모르지만 이 순간 당신을 떠 올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어느 암환자의 마지막 남긴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감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평하면서 살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이제부터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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