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밀리언셀러『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는 이 책의 머리글에서 건너들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 유명한 분이 대학 은사를 찾아뵐 일이 있었는데, 100세가 가깝도록 허리가 곧고 정정하셔서 장수비결을 물었더니 “등신처럼 살았지, 뭐.”라고 하더란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바보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며 살았다. “저놈 참 똑똑하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으쓱했고, ‘수재’로 불리면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기분이 째졌다. 우리는 바보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기진하도록 일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면서 살았다. 그 대열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며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새가 차 신부가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초상화는 아닐까.

저자는 ‘위대한 바보’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들이 깨졌다고 한다. 20세기 대한민국이 배출한 국보급 바보 장기려 박사가 제자에게 농담 삼아, 훈수 삼아 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차 신부는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로 소리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라는 장 박사의 말이 화두처럼 맴돌았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숨통을 뻥 뚫어준 것이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에 붙여진 이름 ‘바보야’였다. 취재 기자들이 자화상 밑에서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추기경에게 “왜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쓰셨습니까”라고 물으니 추기경은 쑥스러워하며 오히려 되물었다고 한다. “바보 같지 않나요?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 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차 신부는 “바보예찬은 이제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일본에서도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專門馬鹿)'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바보의 장점을 원용한 직장인 문화가 유행이라는 것이다. ‘센몬빠가’는 한 분야에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는 일본 장인문화의 기반이 되며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올린 원천이기도하다.

2009년에 방한한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이며 기업 경쟁력 분야의 대가인 윌리엄 바넷은 한국의 CEO들에게 ‘바보 리더십’을 주창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최고경영자는 바보가 돼야 한다!”

저자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 시대의 화두로서 '바보'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무한 성장동력을 깨울 방법을 자세하게 전한다. 우선 ‘바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 세상을 바꾼 역사 속 바보들의 에너지와 성공비결을 밝힌다. 그것이 바로 그가 제시하는 12가지 '바보 블루칩'이다. 바보 블루칩은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어라. 바로 실행하라.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큰 일을 작게 여겨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충직하라. 투명하라. 아낌없이 나눠라. 노상 웃어라가 그것이다. 현대인들이 마음에 새겨둘 만한 조언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은 ‘바보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바보가 최후 승자이고, 바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