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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보다 한 발짝 느리다 - 내 딸을 어른으로 떠나보내기 위한 첫 번째 여행
박윤희.박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40대의 끝을 바라보는 엄마와 20대의 초에 들어선 딸이 함께한 산티아고 40일을 1,000km.
원래부터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한 두 모녀의 여행길이다.
항상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갔던 엄마인 그녀와 그 기대에 못 미치는 큰 딸. 그럴수록 서로의 사이는 더 멀어지고 그 사이를 좁혀보기 위해 준비한 험한 순례의 길. 40여일이란 긴 시간동안 그들은 번갈아가며 매일매일을 기록해간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새로운 모습을 알아간다.
난 아직 딸이 나이가 어리다보니 이런 관계에 익숙하지 않지만 과거 나의 10대,20대 시절로 돌아가보니 정현이의 마음을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든지 불만이고 반항하고 싶은 시절, 그 대상이 주로 부모님이었던 시절.
다 나를 위한 잔소리지만 왜 그렇게 듣기 싫고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했는지 모른다. 평범한 가정인데도 이런데 엄마가 열정적이고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라면 딸로서는 더 많은 압박감과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을 했을 것이다. 사실 엄마와 딸이라해도 꼭 다 닮을수는 없을텐데 말이다. 왠일인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소통이 없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엄마와 딸은 40일동안의 험한 여정을 통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의 딸의 모습이 아니라 그 딸이 태어난 것으로도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엄마와 이젠 다 커서 엄마따윈 필요없다던 정현이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큰 소리로 울던 대목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들이 기뻐하면 나도 기뻤고 슬퍼하면 나 역시도 슬펐다. 그 길을 가는 동안 나 역시도 그들과 함께 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어린 아이라 내 손을 꼭 잡고 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 혼자 갈거야' 하면서 내 손을 뿌리치고 자신의 길을 향해 용감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것처럼 아플 것 같다.
지금은 내 옆에 누워서 새근거리며 자는 천사같은 딸아이가 언젠가는 커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겠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내가 보낸 과거를 거울삼아서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더 많은 대화와 더 많은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어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