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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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인생을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어진다. 특히 자신의 내면 깊이에 숨겨진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들여다볼수록 미움과 질투, 혐오 뒤에 있는 내 진짜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내가 나에게 좀 더 편안해지고 좋아할 수 있어진다.

작가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일단 자신의 열등감, 위선, 욕망들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써놓았다.

어린시절 바라보는 세상과 가족들에게서 많은 감정들을 발견한다. 타인으로 인해 앞이 캄캄해지다가도 없는 형편에 식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사주려고 하는 엄마의 사랑을 보기도 한다. 잘 따르고 많은 사랑을 줬던 동생에게 사실 자신의 사랑은 옹졸하고 좀스러웠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원래 세상도, 인간의 본성도 양가적이다. 결국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고 헤아리는 그 사람의 태도에 의해 삶의 형태는 갈라진다.

산문집을 읽으며 사람이 갖는 모든 감정에는 표정이 있고, 버리고 무시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쁜 감정은 빨리 지나가도록 잊어버려' 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비슷한 표정을 하고 엉뚱한 시점에서 걸려 넘어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다만 내가 지닌 세세한 기억들은 나에게 계단 아래에도 삶이 있다고 알려준다. 나는 그것이 어린 내게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잊지 않는다. 그건 나의 지혜다. 나는 그것이 어린 내게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잊지 않는다. 그건 나의 지혜다.

48p

사람은 자신의 선택으로만 생겨나는 그 자신의 세상이 있는 법이었다.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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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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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지만, 요즘 페미니즘 책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급진적으로 변질된 느낌이 들어서다. 이데올로기로서 초기의 개념을 잊고 그저 남성과 사회 구조와 맞서 싸우다 또 다른 없어져야 할 허상이 되어 버린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지금의 여성 현실을 반영하는 페미니즘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SNS를 이용해 생성되고 전파되는 딥페이크 합성물에서 이어지는 기술을 매개로 한 성폭력은 그 범주가 확장되고 더 교묘해진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이것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 N번방, 웰컴투비디오를 통한 성착취 등 디지털 매개 젠터 폭력의 리스트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돈'이 되는 것.

읽다보면 디지털 피해가 어떻게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수치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실제 생활에 깊이 침투하여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발생시킨다. 꼭 물질적 피해가 동반 되어야만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현상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로 디지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될 때 '진짜 피해'로 여겨진다. 예컨데 강간 이미지가 유포된 경우라든가 물리적 강간을 모의하기 위한 기술이 사용된 사례에서는 '강간'이라는 물질적 피해를 중심으로 그 피해가 인정되고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경우 처벌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발생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며, 그 외의 다른 추가적인 피해 개념은 아직 충분히 발전되어 있지 않다. 헨리와 포웰은 사실상 기술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물질적이거나 기술매개적인 성폭력은 현재 범죄 피해로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98P

책을 덮고나니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반해 윤리적인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듯 하다. 페미니즘 이전에 모든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그렇다. 발전이 범죄로 쉽게 이어지는 것을 본다.

이것의 균형은 제도와 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손 델 수 없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니, 점점 커지는 구멍은 메울 생각도 못해보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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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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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간 후 독자들과 만나면 항상 받는 질문이 '환경을 위해 작가님은 지금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요?' 였다고 한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일상에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제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어도 덮고 나서 남는건 우울하고 무거운 마음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활 에세이로 정리해 출간한다. 남는 유리병에 맞는 뚜껑을 찾는 집요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에 천 마스크를 열심히 만들고, 집에서 키운 나비란에 새순이 많이 달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물건은 신중히 생각해 구매하고 여유분은 두지 않는다. 물건은 고쳐쓰며 되도록 오래오래 사용한다. 새 옷 대신 기존 옷을 수선하면서 쓰고, 불편하더라도 전기/전자 제품 사용을 줄인다. 읽다보면 실천 방법이 어렵다거나 결코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사소하고 일상적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나는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분리배출이 100프로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재활용품에도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여 있어서 그냥 소각해버리는 경우도 흔했다. 차라리 내가 다른 용도로 개끗이 씻어 재사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옷도 마찬가지. 동네마다 있는 의류 수거함에 잘 넣으면 누군가 입거나 재사용 될꺼라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버린 헌 옷이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었다.


하찮을수록 습관으로 만들기가 쉽다. 저자처럼 일상에 소소하게 녹인 환경 실천에 대한 아이디어는 앞으로 내 일상에도 변화를 주고 작은 열정까지 불러올 것 같다. 또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삶에 작지만 분명한 초록빛들이 많이 모인다면 결국 우리 모두와 지구를 살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자연 재료로 포장지를 만들어서 길거리나 숲에 그냥 버려도 며칠이 지나면 쉽게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마음 편하고 좋을까? 지금 우리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상상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으면 더 나은 방법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

86-87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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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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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수능이 끝났다. 한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아이들도 학부모도 사교육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학교의 존재와 필요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현실과 멀어진다.

시험보기 전부터 그 과정에서 받는 사교육에 따라 이미 카르텔이 형성된다.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현 교육 구조가 마음에 안들지만 어쩔 수 없이 일부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다.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도 개인이 바꿀 수 없기에 일단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는 있는 것이다.

가끔 이 모든 것이 우스운 촌극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이게 다 뭐라고...)

<킬러 문항 킬러 킬러>는 열네명의 소설가가 참여한 '교육 소설 앤솔러지'이다. 학부모의 혼란과 사교육 시장의 대응, 그걸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쓴 짧은 소설들이라 할 수 있다.

읽다보면 과도한 입시경쟁, 학교 폭력, 사교육 중심주의, 기울어진 교육 현장들이 작은 씨앗이 되어 여러 갈등의 열매를 빚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해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 학교, 가정, 사회 속에서의 갈등과 관계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짧은 이야기의 뒷 모습도 궁굼해진다. <학교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은 과연 검정 고시에 만점으로 합격했는지, <킬러 문항 킬러 킬러>의 소년은 자신의 결단에 만족한 결과를 얻었는지, 그 후로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해졌는지 궁굼하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정부는 사교육 시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도 실태를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거대한 시류 속에서도 내 아이에 맞는 교육을 찾아주고 싶어서다.

아이들을 말도 안되는 기준에 줄 세우고, 제외되면 평생 패배감을 느끼며 불행하게 사는 것을 원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갈팡 질팡하는 교육정책과 과열된 입시경쟁,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 속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두툼한 카탈로그 하나를 소파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한 검정고시 학원에서 제작한 홍보 책자였다.

"거기 보면 알겠지만 검정고시 만점 받으면 내신 2등급으로 인정해준대. 그래서 그 성적으로 대학 가는 애들도 많고."

학교를 사랑합니다: 자퇴전날

언니는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봤다 하면 만점을 받는 '천재형'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쓸데없이 문제집은 많이 푸는데" 성적은 변변치 않게 나오는 '둔재형'이었다.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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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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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언니인 전수미를 '수미년'이라고 부르고 그 목소리에 혐오와 증오가 가득 담겨있길래 대립하는 자매의 갈등을 그린 소설인 줄 알았다.

헌데 언니 전수미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한 것이었다. 전수미는 가족에게 수치와 모욕을 주고 정작 자신은 평온했다. 멋대로 사람을 휘둘러 지배력을 확인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딸이자 언니였다.

언니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받은 어린시절 상처가 성인이 된 현재까지 이어지는 트라우마에 주인공은 인간이란 어떻게든 다른 인간에게 지옥을 선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언니 전수미에게서만 벗어나면 모든게 괜찮아질줄 알았는데, 세상 가는 곳마다 전수미가 있었다. 모든 곳에서 정작 자신은 달력의 뒷면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인공은 동물병원을 겸한 노견 돌봄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아프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살피며 그 안에서도 또 다른 전수미를 마주한다.

소설에서 언니 전수미의 서사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와 마주선 내면의 갈등이 많이 느껴진다. 어쨌든 문제 앞에서는 한쪽을 선택하고 대응을 해야하는데,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전수미들을 상대로 용기있게 고발할 것인지, 못 본척 넘어감으로 같은 부류로 묶일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본인의 이기심과 회피를 인정하고, 한참을 고뇌하며, 결국 변화되는 그 과정에서 오늘 하루도 최소한의 인간을 지켜낸 것에 안도할 수 있지 않을까.


비밀을 삼킨 채로는 자작나무처럼 위로 뻗어나갈 수 없다. 비밀은 너무 크고 무거워 나를 땅속으로 가라앉힌 뒤 도무지 도망칠 수 없게 뿌리로 옭아맬 테니까. 그러니 나는 모든 비밀을 토해 낼 것이다. 더는 세계의 뒷면에 나를 가둬두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전수미가 아니니까.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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