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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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수능이 끝났다. 한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아이들도 학부모도 사교육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학교의 존재와 필요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현실과 멀어진다.

시험보기 전부터 그 과정에서 받는 사교육에 따라 이미 카르텔이 형성된다.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현 교육 구조가 마음에 안들지만 어쩔 수 없이 일부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다.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도 개인이 바꿀 수 없기에 일단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는 있는 것이다.

가끔 이 모든 것이 우스운 촌극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이게 다 뭐라고...)

<킬러 문항 킬러 킬러>는 열네명의 소설가가 참여한 '교육 소설 앤솔러지'이다. 학부모의 혼란과 사교육 시장의 대응, 그걸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쓴 짧은 소설들이라 할 수 있다.

읽다보면 과도한 입시경쟁, 학교 폭력, 사교육 중심주의, 기울어진 교육 현장들이 작은 씨앗이 되어 여러 갈등의 열매를 빚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해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 학교, 가정, 사회 속에서의 갈등과 관계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짧은 이야기의 뒷 모습도 궁굼해진다. <학교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은 과연 검정 고시에 만점으로 합격했는지, <킬러 문항 킬러 킬러>의 소년은 자신의 결단에 만족한 결과를 얻었는지, 그 후로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해졌는지 궁굼하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정부는 사교육 시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도 실태를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거대한 시류 속에서도 내 아이에 맞는 교육을 찾아주고 싶어서다.

아이들을 말도 안되는 기준에 줄 세우고, 제외되면 평생 패배감을 느끼며 불행하게 사는 것을 원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갈팡 질팡하는 교육정책과 과열된 입시경쟁,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 속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두툼한 카탈로그 하나를 소파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한 검정고시 학원에서 제작한 홍보 책자였다.

"거기 보면 알겠지만 검정고시 만점 받으면 내신 2등급으로 인정해준대. 그래서 그 성적으로 대학 가는 애들도 많고."

학교를 사랑합니다: 자퇴전날

언니는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봤다 하면 만점을 받는 '천재형'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쓸데없이 문제집은 많이 푸는데" 성적은 변변치 않게 나오는 '둔재형'이었다.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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