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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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지만, 요즘 페미니즘 책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급진적으로 변질된 느낌이 들어서다. 이데올로기로서 초기의 개념을 잊고 그저 남성과 사회 구조와 맞서 싸우다 또 다른 없어져야 할 허상이 되어 버린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지금의 여성 현실을 반영하는 페미니즘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SNS를 이용해 생성되고 전파되는 딥페이크 합성물에서 이어지는 기술을 매개로 한 성폭력은 그 범주가 확장되고 더 교묘해진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이것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 N번방, 웰컴투비디오를 통한 성착취 등 디지털 매개 젠터 폭력의 리스트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돈'이 되는 것.

읽다보면 디지털 피해가 어떻게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수치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실제 생활에 깊이 침투하여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발생시킨다. 꼭 물질적 피해가 동반 되어야만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현상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로 디지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될 때 '진짜 피해'로 여겨진다. 예컨데 강간 이미지가 유포된 경우라든가 물리적 강간을 모의하기 위한 기술이 사용된 사례에서는 '강간'이라는 물질적 피해를 중심으로 그 피해가 인정되고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경우 처벌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발생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며, 그 외의 다른 추가적인 피해 개념은 아직 충분히 발전되어 있지 않다. 헨리와 포웰은 사실상 기술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물질적이거나 기술매개적인 성폭력은 현재 범죄 피해로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98P

책을 덮고나니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반해 윤리적인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듯 하다. 페미니즘 이전에 모든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그렇다. 발전이 범죄로 쉽게 이어지는 것을 본다.

이것의 균형은 제도와 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손 델 수 없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니, 점점 커지는 구멍은 메울 생각도 못해보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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