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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마음
홍기훈 지음 / 득수 / 2024년 12월
평점 :
소설이 아니라 조사기록이나 특집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방대한 사전 조사가 느껴진다. 한가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밀함이 보여 감탄하며 읽었다.
시애틀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동료를 대신해 기사 하나를 맡게 된다. 급하게 러시아로 날아가 예정된 인터뷰를 여러차례 하면서 사건에 대해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2000년의 여름,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 소속 핵 잠수함인 K-141 쿠르스크가 항구를 떠난다. 그리고 훈련 도중 갑작스레 통신이 끊긴다. 해군본부가 침몰 사고를 인지한 건 거의 열두 시간이 흐른뒤, 생존자는 이미 없었고 구출하기도 전에 모든 게 끝이 났다.
2년 뒤에 발표한 공식 사고 보고서에 의하면 침몰 원인은 잠수함에 실린 무게 4.5톤 중어뢰의 심각한 결함이었다. 용접 부실로 그 틈에서 연료가 새어나와 폭발했다는 것. 이로 인해 118명의 승조원이 희생되었다.
이미 20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은 러시아 정부에서 너무나 심플하게 결론 짖고 조사를 끝마쳤다. 기자인 주인공은 7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면서 그 증언에서 사고의 진실과 남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절규를 느끼게 된다. 특히 남편을 잃은 부인의 증언은 무겁고 암담했다.
마치 러시아판 세월호를 보는 느낌이다. 상황과 배경은 다를지라도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미필적 고의로 수백명을 죽인 참담한 비극이라는 구조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유가족들의 슬픔에 더 마음이 깊게 가 닿은 것도 있다.
사람은 눈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로 죽으면 분노와 슬픔 뒤에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이해하고 납득해야 진심으로 슬퍼하고 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애도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유가족이 끝났다고 해야 끝나는 것. 그래야 그 뒤에 남은 삶이라도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